[홍란의 하와이 다이어리2] “헉, 내 비키니가…” 홍란의 굴욕

입력 2010-02-03 18: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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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프로골퍼 홍란. 스포츠동아DB

‘얼짱’ 프로골퍼 홍란. 스포츠동아DB

와이키키 해변을 가다<1월 31일>

“와! 해변이다.”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해변에 도착했다.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에 나와 (서)희경이, (신)승효는 폴짝 폴짝 뛰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훈련을 시작한 지 4일 밖에 되지 않아서 힘든 게 별로 없었는데, 12월 말부터 훈련을 시작한 희경이와 승효는 그동안 쌓였던 게 많았던 모양이다.

스트레스와 피곤함에서 한꺼번에 탈출이라도 하듯 마냥 즐거워했다.

만날 초록의 풀밭에서 생활하다 이렇게 파란 하늘과 백사장, 푸른 바다에 나오니 상쾌함 그 자체였다. 가끔 이런 재충전이 필요하다.

들뜬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공놀이도 하고, 모래찜질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론 선탠도 빼놓지 않았다.

필드에서 그을리는 것과 해변에서 그을리는 건 색깔부터가 다르다.

아쉬운 건, 와이키키까지 왔는데 비키니를 입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에서 올 때 해변에서 입을 생각에 비키니를 구입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작아서 다시 가방 속에 넣어두었다. 와이키키가 아니라면 별로 입어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와이키키에서의 하루는 황홀함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해변과 이국적인 정취, 여유로운 분위기가 더해진 와이키키의 풍경을 앞으로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가 금방 갔다. 저녁에는 한 교민이 우리 선수단 전원을 초청해 삼겹살 파티를 열어줬다.

하와이에서 먹는 삼겹살 맛 또한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다를 운동을 해서 그런지 3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휩쓸고 간 식당은 남은 게 없을 정도였다.

딱 하루의 휴식이었지만 정말 달콤한 하루였다. 내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훈련을 시작할 생각을 하니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옥훈련의 시작<2월 1일>

새벽 5시50분. 알람이 울렸다.

와이키키에서의 즐거운 추억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곧바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30여 분 정도 스트레칭을 마치고 곧바로 훈련장소로 이동했다. 왠지 골프장 입구가 지옥의 문처럼 보인다.

드디어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그동안 푹 쉰 흔적이 보여!”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2개월 가까이 클럽을 잡지 않아서 인지 퍼트와 쇼트게임 감각이 무뎌졌다. 아직까지는 모든 게 낯선 느낌이다. 새로 교체한 클럽도 손에 익지 않아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듯 하다.

훈련 스케줄은 초등학생의 생활계획표를 뛰어 넘을 정도다.

오전에는 스트레칭과 쇼트게임, 스윙 연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오후가 되면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다. 저녁이라고 해서 쉬는 게 아니다. 월, 수, 금요일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화, 목요일에는 영어공부를 한다. 이렇게 모든 일정이 끝나면 10시다.

다행히 훈련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첫날 아마추어 같은 스코어로 망신을 당했는데, 오늘 연습라운드에서는 1오버파로 경기를 끝냈다. 비로소 프로골퍼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감이 좋다.

2월 2일 하와이에서 홍란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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