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체력과 능력, 그리고 심력(心力)이 필요하죠.” ‘1박2일’의 중심 강호동은 “스포츠는 강자가 1등을 하지만 방송의 인기는 그와 다르다”며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연예계의 미묘한 생리를 소개했다. [사진제공=KBS]
-경남 통영 욕지도 촬영현장서 털어놓은 그의 속이야기
“아들의 얼굴은 나와 아내를 반반 닮았는데 힘은 나를 닮았어요. 하루는 아내가
안고 있던 아들 손에 잘못 맞아서 치아에서 피가 난 적도 있어요. 하하하”
인기의 중심에는 늘 그가 있다.
체중 100kg의 육중한 몸으로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을 휘어잡은 강호동. SBS ‘강심장’ ‘스타킹’,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등 방송3사의 인기 프로그램을 모두 맡으며 예능 진행의 1인자로 손꼽힌다.
강호동은 19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열린 ‘1박2일’ 촬영현장 공개 간담회에서 예능프로그램의 1인자가 된 과정과 그동안 꺼려했던 가족이야기 등에 대해 속시원히 털어놓았다. 사실 그는 ‘돼랑이’라는 별명 등으로 중장년층에서 초등학생까지 폭 넓은 팬들에게 친근하고 푸근한 스타로 통한다. 하지만 정작 그의 사생활에 대한 기사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터뷰에 인색한, 기자들의 ‘원성’(?)을 많이 듣는 톱스타 중의 한 명이다.
강호동은 이렇게 인터뷰를 피하는 이유에 대해 “살다보니…”라며 처음에는 얼버무렸다. 그러다 이내 “그동안 ‘무릎팍 도사’를 진행하다보니 상대방의 속마음을 끄집어내는 것에 대한 매력이 있더라”며 이제는 자신도 속마음을 꺼내놓을 준비가 됐다고 했다.
강호동은 우선 15년 전 씨름선수에서 방송인으로 새 출발하던 당시 “씨름과 방송 중 어느 것이 더 어렵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이없어 웃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땐 저를 놀리나 싶었어요. 당연히 자부심 강하고 ‘내 평생의 직업’이라 생각한 씨름이 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0년차가 되면서 점점 ‘그 물음이 정말 오묘하구나’ 하고 느끼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씨름도 어렵지만 방송도 어려운 직업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가 방송에 대해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성공을 하는데 스포츠보다 더 복잡하고 미묘한 조건들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부터이다.
“스포츠는 결국 잘하는 사람, 강자가 1등을 해요. 제일 잘하는 사람이 성과를 내는 것이죠. 반면 방송은 그렇지 않아요. 연기를 잘한다고 스타가 되는 것도 아니고 가장 화려한 사람이라고 해서 인기를 얻는 것도 아니에요. 비교할 수 없는 직업이 아니지만 방송은 체력과 능력, 그리고 심력(心力)이 필요해요.”
강호동은 심력에 대해 “따뜻한 마음, 포용력이나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동료애 같은 인간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릎팍도사’에서 최근 방송한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의 이야기를 듣고 동질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마존의 눈물’의 제작진은 월급을 더 받기위해 간 것이 아니라 사명감에서 일했던 것이에요. 일요일 저녁 ‘1박2일’ 출연진들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다들 뮤직비디오 촬영이나 행사 진행으로 지친 상태에서 현장에 오기도 해요. 그래도 시청자가 그걸 이해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애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어요.”
복불복 게임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멤버들. [사진제공=KBS]
방송과 씨름의 차이? 방송은 능력·체력 그리고 심력이 필요해…
동료애와 사명감 없으면 공포의 ‘복불복’ 절대 못하죠
‘1박2일’에 출연하는 동안 그 유명한 ‘복불복’으로 때로는 굶기도 하고 추운야외에서 잠들기도 했다. 이런 강호동에게 가족은 촬영의 고단함을 단번에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지난해 3월 아들 시후를 얻은 강호동은 아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해 입이 큰 얼굴에 걸렸다. 그는 욕지도 촬영 중에도 시간만 나면 틈틈이 또는 잠들기 직전 휴대전화에 담아온 시후의 동영상과 사진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절친한 후배 이승기는 “쉬는 시간 마다 아들 사진을 100번 이상 넘게 돌려본다. 우리도 시후 얼굴을 다 외웠다”고 말했다.
강호동은 “아들의 얼굴은 나와 아내를 반반씩 닮았는데, 힘은 나를 닮은 듯하다”며 “하루는 아내가 안고 있던 아들 손에 잘못 맞아서 치아에서 피가 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욕지도(경남)|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