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스포츠동아 DB
하지만 현지 언론들이 부여한 박지성의 평점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후반 28분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교체된 박지성은 추가시간까지 약 20여분 활약하며 후반 34분과 44분 베르바토프에게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두 차례 모두 베르바토프의 머리에 정확히 맞았지만 첫 번째 시도는 우측 골포스트로 빗나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10분 후 베르바토프의 헤딩이 골 망을 흔들었고 박지성은 시즌 첫 도움을 기록했다.
스카이스포츠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박지성에게 다소 낮은 평점 6을 줬다. 후반 42분 교체 투입된 후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파비우 다 실바의 평점도 6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박지성의 평점은 납득하기 힘들다.
사실 경기 후 선수들에게 매겨지는 평점은 90분 경기를 모두 지켜본 여러 축구 전문가들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경기장에 파견된 기자 한 명의 개인 의견일 뿐이다. 물론 그 기자도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수준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단 한명의 판단으로 만들어진 평점은 각 선수의 활약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챔스리그 16강전이 끝난 후 피를로를 완벽봉쇄하고 골까지 터트린 박지성은 스카이스포츠와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에서 평점 8점을 받았고, 두 골을 터트린 루니가 가장 높은 9점을 받았다. 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레드카페(www.redcafe.net)에 모인 맨유 팬들은 박지성에게 “이 날 최고의 선수였다. 그라운드의 모든 곳에 있었다”는 찬사와 함께 팀 내 가장 높은 8.5점을, 루니에게는 7.5점을 줬다. 한 팬(ID: Devil forever)이 올린 “박지성은 보이지 않은 진정한 영웅”이라는 글에도 350여개의 댓글이 달려 하나같이 박지성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대부분 “공수 양면에 걸쳐 정말 최고였다”, “그는 정말 뛰어난 선수”란 의견들이다.
경기가 끝난 후 늘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현지 언론(정확히 말하면 기자 개인)이 부여하는 평점보다 수백 명의 팬들이 부여하는 평점과 찬사가 더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 건 비단 필자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맨체스터 | 전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