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킬러…서울전 공격수 변신 결승골
□□2 감독…조광래감독 대신 작전 지휘
경남FC 조광래 감독은 25일 FC서울과의 홈경기 때 벤치에 앉지 못했다. 18일 성남 원정에서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해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을 꺾으면 창단 후 실질적으로는 처음 1위에 오를 수 있었기에 더 애가 탔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팀 사정상 예상대로 감독의 빈 자리는 컸다. 상대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에 있으면서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팀 내 최고참 골키퍼 김병지(플레잉코치)도 “경기가 막상 시작되니 (감독님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진짜 감독은 없었지만 그라운드 안에는 또 다른 ‘감독’이 있었고 그가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주인공은 ‘주장’ 김영우(26)였다.
조 감독이 경기 전 “내가 없으면 주장이 감독이다. 모두 잘 따르라”고 지시할 만큼 신임을 얻고 있는 김영우는 이날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상대 측면공격을 막는 데 힘을 쏟다가 후반 중반 이후 공격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45분 김동찬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강슛으로 기어이 상대 골문을 가르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2007년 데뷔해 이날 골이 K리그 통산 5호 골에 불과할 정도로 숫자는 많지 않지만 순도만큼은 100%다. 이전에 넣었던 4골은 모두 교체 투입돼 터뜨렸다. 특히 2008년 5월 4일 대전 경기에서는 자신의 데뷔 골을 종료직전 결승골로 장식하며 당시 대전 김호 감독의 200승을 저지하기도 했다.
조 감독이 후반 중반 안상현을 교체 투입해 중원에 배치하면서 김영우를 최전방으로 올린 것도 꼭 필요할 때마다 터지는 그의 골 감각을 믿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이 “저 자슥은 너무 얌전해서 탈이야”라고 핀잔을 줄 정도로 내성적이지만 팀내 어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 가교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김영우는 “데뷔 골이었던 대전 경기가 생각난다. 좋은 결과에 행복할 뿐이다. 골 넣은 순간 이제 우리가 1등이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창원|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