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임태훈이 양현종에게 묻다

입력 2010-05-2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임태훈-KIA 양현종. [스포츠동아 DB]

두산 임태훈-KIA 양현종. [스포츠동아 DB]

“너의 수많은 여친 부럽다. 언제쯤 정착할 생각이니?”
“주위에 여자 많기는 네가 한수위잖아 ㅋㅋ”


선수가 선수에게 직접 묻고 답하는 릴레이 인터뷰 여덟 번째 주인공은 두산 임태훈과 KIA 양현종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태어난 22세 동갑내기인 둘은 2007년 프로 데뷔 동기생이기도 하다. 고교(서울고 임태훈·광주 동성고 양현종) 3학년이던 2006년, 쿠바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고교 3학년 때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프로 데뷔 후에도 다른 동기생들과 매 연말 모임을 함께 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정이 남달라서일까? 두 사람의 인터뷰는 ‘유쾌한 수다’, 그 자체였다. 양현종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또 다른 동기생인 두산 이용찬을 지목했다.


-중간에서 던지다가 처음으로 선발을 했을 때 힘든 점은 없었어?

“글쎄, 나는 승리조가 아니었잖아. 필승 중간계투 임태훈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었어. 주로 지는 경기에 나가서 경기를 마무리했으니까. 야구에 눈을 뜬 건 선발로 던진 후였던 것 같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투구수 조절 노하우를 좀 알려줘. 공개적으로 알려주기 민감한 부분은 문자로 보내라, ㅋㅋ.

“나한테 욕하는 거냐? 장난치는 거냐?(웃음) 안 그래도 투구수 때문에 매일 혼나고 있어. 아직 난 선발 2년차밖에 안됐잖아. (류)현진이 형한테 함께 물어보자!”


-광저우에 대한 욕심이 큰 것 같아. 누구나 다 원하고 가고 싶어 하지만 지금 8개 구단에 왼손 투수가 많잖아. 어떤 모습으로 너의 이름을 각인시켜줄 거니? 비슷한 성적이면 안 데리고 갈 수 있다고 하던데….

“태훈아, 너 내 안티냐? 난 가기 힘들다는 거냐?(웃음) 태훈이가 책을 많이 읽어서 어려운 질문을 많이 하는구나. 음. 글쎄, 성적과 결과로 보여줘야지. 그리고 인터뷰 때마다 자신감 있게 말하고. 특히 임원들에게 인사도 잘 해야지. 잘 할 수 있다는 그런 이미지가 중요한 것 같아.”


-얼마 전 고등학교 시절 비디오를 돌려보는데 넌 얼굴 빼고 변한 게 하나도 없어, ㅋ ㅋ. 네가 봤을 때 난 살 찐 것 빼고 뭐가 변한 것 같아?

“난 얼굴에 점을 빼가지고 좀 더 환해진 것 같아.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기를 수 없었던 머리도 많이 바뀌었지. 하지만 태훈아, 넌 살찌니까 다 변하는 것 같아. 그 잘 생겼던 얼굴도 어디 가고, 몸도 못 가누고, 하하하.”


-그 많은 여자 중에서 언제 정착할 거니? (임태훈은 질문을 한 뒤 오해 살 것을 우려하며 ‘현종이가 성격이 좋아서 주위에 여자친구들이 많다’고 급히 해명했다. 자신은 주변에 여자친구들이 거의 없다며)


“하하하. 태훈아, 이제부터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아주 강하게 나오는데. 우선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지금은 딱히 누굴 사귀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 같아. 사실 주위에 여자는 네가 더 많지 않아? 누굴 사귈 거야?”


-너희 패밀리 (윤)석민이 형, (전)태현이 벨트를 남색으로 칠해서 나 빌려줄 수 있어? 내가 마구마구(게임) 아기곰 스킬을 빌려준다. 아! 너네는 호랑이어서 안 되려나?(임태훈에 따르면 양현종-윤석민-전태현으로 구성된 아기호랑이 패밀리는 벨트에 마치 게임아이템처럼 ‘+1승’, ‘+3승’ 등을 써놓고 그것을 돌려가며 맨다고 한다. 그것을 착용하면 호투한다는 일종의 징크스)

“(직접 벨트를 풀어 여러 가지 숫자를 보여주면서) 이게 진짜 효력이 있어! 지금 나는 레벨 6으로 포심이 3, 견제가 3이지. 얼마 전 석민이 형이 이닝 중간 힘 떨어졌다며 내 벨트와 바꿀까 고민하기도 했어. 힘 떨어지면 얼마든지 말해라, 풀어줄게. 아! 태훈아. 그런데 그건 불가능하겠다. 우리 허리 사이즈가 다르잖아. 내 벨트가 너무 작을 거야, 하하하.”


-너는 네 손으로 직접 ‘지옥에서 온 파이어볼러’라고 하잖아. 나도 인정은 하는데 네가 쓰는 것보다 남이 써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내가 내 싸이에 써줄게. 그래도 되지?


“그래, 홍보 좀 많이 해줘. 나도 내 싸이에 스스로 쓰는 게 조금 어색해. 그래도 나랑 나름 잘 어울리지 않아? 지옥에서 온 파이어볼러. 하하하. 나도 태훈이 홍보 많이 할게. 귀여운 아기곰, 아니 아기돼지 태훈이라고.”


-현종아, 보내준 김치 잘 먹었어. 어머님께서 또 보내주신다고 부담 가지면 안 된다고 했지? 잘 먹을게. 넌 뭐 먹고 싶니?

“태훈이가 첫 선발승을 따내니까 우리 엄마가 더 좋아하시더라. 전혀 부담 갖지 말고! 난 한국시리즈 때 네 어머니께서 해주신 닭볶음탕이 생각나. 그때 감자는 거의 없고 닭고기 위주로, 힘 많이 내라고 요리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 이번에는 감자도 많이 넣어주세요.(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네 할 일 묵묵히 잘 하고 있는 모습이 항상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나 사인 한 장만 해줘.

“줄 서야 받을 수 있어. 남자 애들은 오래 기다려야 한다. 사실 너 같은 인기 스타를 내가 어떻게 해주냐? 하하하.”


■ 애피타이저


○임태훈이 양현종에게=쫑! 우리가 벌써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4년을 넘게 알고 지냈네. 참! 너 그거 아니? 있잖아, 그거. 너도 인정했잖아. 말 안 해도 알지? 항상 생각하는 건데 우리 쫑이 많∼이 용 됐어. 가끔 고등학교 때 사진이나 경기 영상물을 보면 ‘지금 현종이가 많이 사람이 됐구나! ㅋ ㅋ ㅋ’ 싶더라. 아무튼 요즘 정말 잘 하고 있어서 내가 다 뿌듯하다. 부럽게 짜식. 그리고 나 선발 첫 승 했을 때 연락 줘서 고마웠어. 우리 항상 힘내자. (임태훈은 양현종을 줄곧 ‘쫑’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직접 기자의 노트북에 짧은 편지를 작성했다. 한 자 한 자 신중하게….·5월 12일 잠실구장)


○양현종이 임태훈에게=자주 전화통화를 해서, 이렇게 신문지면을 통해 말하려니까 재미있네. 태훈아, 청소년대표로 뽑혀 동대문구장에서 만났을 때 기억나니? 네가 자칭 서울고 ‘얼짱’이라며 포털 사이트에서 직접 ‘임태훈’을 검색해서 보여줬잖아. 정말 연관 검색어로 ‘서울고 얼짱’이 뜨기는 하더라. 아직도 미스터리야. 왜 그걸 직접 내게 보여준 거니? 그때 태훈이가 참 멋있기는 했어. 얼굴도 잘 생겼고 특히 광주에서 올라온 나와 달리 세련된 서울 패션으로 멋을 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요즘 걱정된다. 음식을 먹으면 다 얼굴 살이 되는 것 같아. 얼굴살만 빼는 요가 그런 걸 배워보는 건 어때? 하하하. 그리고 우리 올 가을 아시안게임에 꼭 함께 가야지! 단 하나만 약속해줘. 청소년대표 때 새벽부터 깨워서 나 죽는 줄 알았어. 부지런한 것도 좋지만 제발 혼자 일어나라!(5월 20일 군산구장)

정리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