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최강 DNA] 이긴 자가 강한 것이다…SK!

입력 2010-10-19 21: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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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데이!” 2년 만에 나온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이다. SK 선수단이 우승을 확정지은 뒤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현수막을 들고 모자를 하늘 위로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① 아는 게 V…정보에 목을 맨다
약자가 사는 법 ‘약점 찌르기’에 올인
전준호 코치 두달간 삼성 현미경분석
정보 발설 땐 최고액 벌금…차단 철저
상대따라 맞춤식 전략…변칙 냄새도


프로야구 공식 야구규칙 1조 2항은 ‘(야구팀의) 목적은 상대팀보다 많이 득점하여 승리하는 데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SK는 이 목적을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하는 팀이다. 2007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3번 우승에 성공했다. 그 4년간 정규시즌만 321승을 거뒀다. 가히 ‘팍스 SK’, SK에 의한 프로야구판의 평정이다. 과거에도 최강팀은 존재했으나 SK는 뚜렷한 컬러를 지닌 팀인 동시에 가치평가를 놓고 논란의 중심에 있는 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호불호를 떠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그들이 강자라는 점이다. 강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니까 강한 SK의 인자들을 탐색해본다.

SK 김성근 감독의 오른팔 격인 이광길 3루코치는 언젠가 ‘티코론’을 설파한 바 있다. “가령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티코가 있으면 딱 티코의 용량만큼을 바란다. 그러나 우리 감독님은 안 그렇다. 어떻게 하면 티코를 가지고 그랜저를 이길 수 있을까, 티코로 그랜저의 용량을 낼 수 있을까를 궁리한다.”

이 말에서 묻어나듯 김 감독의 인생역정은 약자(비주류)의 위치에서 강자(주류)의 벽을 깨는 역사로 점철돼 왔다. 그랜저를 타본 일없이, 거의 늘 티코로 싸워야 했다. 불공정성을 따지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패배라는 결과가 곧 나락이었으니까. 늘 김 감독의 캐릭터가 비장하고, 그의 야구가 처절한 이유다.

티코가 그랜저를 이기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약점을 찌르는 것이다, 정면대결론 승산이 없다. 그래서 김성근 야구, 곧 SK 야구는 철저히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다. 적을 파악하고 나서야 SK 야구의 실체가 잡힌다.

고로 SK에서 정보는 첫 손가락에 꼽히는 가치다. SK 선수단 내부 규정에는 선수단의 정보를 발설하는 자에게 가장 센 벌금을 물린다. SK는 취재하기 무척 까다로운 구단이다. 감독의 성향을 잘 아는 코치, 선수들이 대수롭지 않은 정보조차도 함구하는 습관이 배어 있어서다. 몇 분 있으면 알려지는 라인업도, 선발투수도 가려져 있다.

반대로 적의 정보를 빼내는 데에는 집요하다. SK 전력분석팀이 강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전준호 코치는 두 달간 삼성만 따라다녔다. “삼성 응원가를 외울 정도”라고 했다. 코치 선임 때에도 눈썰미가 강하면 발탁될 수 있다. SK의 수비시프트와 버릇 파악은 그 산물이다. 심지어 김 감독은 타 팀 담당기자가 오면 질문공세를 펼쳐 ‘사전정보’를 빼내기도 한다.

상대의 패를 들여다보고, 그 패에 맞춰 최적의 진용을 짠다. 그렇기에 SK야구는 변칙의 냄새가 진하고, 힘의 승부를 선망하는 팬들의 정서에는 무적이라기보다는 끈질긴 팀의 이미지가 짙다. 그러나 SK는 오직 승리로서 반박하고 있다. 야구 규칙이 존속하는 한, SK는 ‘무죄’다.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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