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광저우 에세이] ‘삼계탕집 약속’ 태환은 해냈다

입력 2010-1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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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선수. [스포츠동아 DB]

박태환 선수. [스포츠동아 DB]

2009로마세계선수권 직후였다고 합니다. 아마 박태환의 생일(9월27일)즈음이었나 봅니다. 박태환은 가족들과 삼계탕 집에 갔답니다. 오랜만의 가족모임이었지만 분위기는 밝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세계선수권 이후 뭇매 때문이었겠지요. 박태환의 아버지는 “한 때 애가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정적 속에 들리는 것은 숟가락이 그릇을 훑는 소리뿐이었답니다.

그 때였대요. 한국사람 치고, 박태환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요. 박태환을 알아본 옆 테이블 사람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냈답니다. 사인요청도 하고요. 20세 청년 박태환도 신이 났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호기롭게 한 마디를 했답니다.

“이제 첨단수영복을 못 입게 된다잖아. 그러면 세계기록 깰 사람이 나밖에 더 있겠어?” 다들 껄껄 웃으며 식사 분위기는 순식간에 화기애애 해졌습니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박태환의 가족은 옆 테이블의 식대까지 다 계산을 했다고 하네요. 그 분들. “힘내라”는 말 한마디하고, 포식하셨습니다.

올 초 박태환에게 이 일화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 때는 식사 한번 대접한 것이지만, 나중에는 온 국민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답변으로 돌렸습니다. 힘들 때 박수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법이잖아요. 박태환은 그 날의 일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직감했습니다. 그 선물이 11월, 광저우에서 한국으로 배달되겠구나. 다들 잘 받으셨지요? 박태환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제 마린보이의 남은 목표는 남자자유형 400m세계기록과 2012런던올림픽금메달입니다. 그 때까지 또 얼마나 힘든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지요. 2008년 올림픽금메달 이후 2009년의 시련, 2010년의 부활 스토리가 예고되지 않았던 것처럼. 박태환이 좋아하는 음식 중에는 삼계탕 말고도 대창구이가 있답니다.

서울 어디쯤에 가면 단골집도 있대요. 대창 집에 가서 마린보이를 만나시거든, 꼭 말씀해주세요. “너무 고맙고. 더 힘을 내달라”고. 그러면 언젠가 그 박수소리의 크기만큼, 또 다시 마린보이가 국민들에게 기쁨을 돌려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광저우(중국)|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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