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태희 ‘유학체험기’ 들춰보니] “빅리거 장점은 다 내 것”…그들은 떡잎부터 달랐다

입력 2011-02-1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같은 곳에서 같은 꿈을 키웠던 20세 동갑내기 ‘절친’ 지동원(왼쪽)과 남태희. 조광래호에서 다시 만난 둘은 축구화 끈을 동여매고 있다. 사진은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딩FC 유스 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 [스포츠동아 DB]

같은 곳에서 같은 꿈을 키웠던 20세 동갑내기 ‘절친’ 지동원(왼쪽)과 남태희. 조광래호에서 다시 만난 둘은 축구화 끈을 동여매고 있다. 사진은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딩FC 유스 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 [스포츠동아 DB]

유소년부터 주목받던 유망주들
2007년엔 레딩 유학길 동고동락

남태희 “자기관리·프로정신 OK”
‘천재를 이긴 자는 노력하는 자!’
지동원 “난 할 수 있다” 당찬 꿈
한국과 터키의 평가전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8일 오전(한국시간) 터키 트라브존의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경기장. 트라브존스포르의 홈경기장이다.

자그마한 체구(174cm/72kg)에 짧게 자른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선수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언뜻 봐도 대표팀에 처음 소집됐다는 인상을 줄 만큼 낯설어했다.

하지만 훈련 때 보여준 빠른 측면 돌파에 이은 돋보이는 골 결정력은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는 남태희(20·발랑시엔).

이청용의 부상으로 오른쪽 측면에 선발 출격하기 위해 마지막 점검을 받고 있던 참이었다. 남태희와 호흡을 맞춘 최전방 공격수는 지동원(전남·20)이다. 처음으로 함께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췄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절친한 친구이기에 가능했다. 둘은 유소년대표 때부터 주목 받은 유망주였다.

하지만 현재로선 지동원이 한발 앞서 있다. 박주영이 빠진 2011 아시안 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확실한 골잡이로 자리매김했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인정받으며 이젠 후보가 아닌 당당한 주전이다.

반면 남태희는 터키전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유망주들을 테스트 해온 조광래 감독은 이번에 남태희를 불러들였다. 이미 가능성은 인정받았기에 어떻게 기회를 잡느냐만 남았다.

둘은 2007년 8월 잉글랜드 레딩 유스팀으로 함께 유학을 떠나면서 태극전사의 꿈을 키워왔다. 선진축구를 배우면서 향후 한국축구를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이들은 연수가 막바지에 다다른 2008년 3월 말경, 스포츠동아에 생생한 체험기를 보내왔다. 10대의 어린 나이였지만 그들이 배우고 느낀 내용은 풍부했다. 그런 고민들이 밑바탕이 됐기에 오늘날 대표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짤막하게 지면을 통해 소개된 바 있지만 성인대표팀이 된 지금 그들이 어떻게 태극전사의 꿈을 키워왔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한다.


○남태희가 보고 배운 점


남태희는 영국 축구를 보고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개인능력에서 개인기술, 스피드, 힘, 태클능력, 크로스에 대한 정확성, 팀으로 보면 경기속도(흐름), 전술을 수행하는 능력, 승부에 대한 강한 집념, 축구에 대한 열정 등 거의 모든 부분이 확실히 한국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선진 축구의 장점을 거의 다 배웠다고 할 수 있다.

“한번 씩 프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을 때가 있는데 훈련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배운 점은 일단 개인능력이 우선적으로 뛰어나야만 한다는 것이었고, 상당히 거칠고 빠르다는 점, 특징이 뚜렷해야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훈련이지만 실전 경기 때처럼 정말 거칠고, 모든 부분에서 빠르고 정확했다”고 감탄했다.

훈련을 허투로 보지 않는 시선이 돋보인다. 덧붙여 부러워한 것은 프로 정신이었다.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자기 몸 관리지만 너무나 철저하다. 프로 선수지만 자기 자신들이 더욱 더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으며 개인 훈련을 통해 노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개인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프로정신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볼 수 있었다.”

이런 깨우침 덕분에 현대고를 다니던 2009년 발랑시엔에 입단해 한국 축구선수 중 최연소 유럽 리그(1군) 진출 및 데뷔 기록을 세웠고, 마침내 올 해 A대표팀의 꿈을 이뤘다.


○지동원의 도전 정신

지동원은 당시 턱없이 부족한 훈련 양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부족한 훈련을 채우기 위해 평상시 훈련이 끝나면 개인 훈련을 했다. 훈련을 열심히 하든 안 하든 감독이 간섭을 하지 않는다. 훈련 양이 적다면 개인적으로 알아서 노력해야 한다고 (설)기현이 형이 말해줬기 때문에 훈련양이 적은 날이면 개인적으로 감각 훈련이라든지 스피드 훈련이라든지 짧고 굵게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여기 선수들과 똑같이 하면 이길 수 없다는 걸 나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레딩에 있는 모든 선수들보다 더 노력하는 그런 선수가 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열정에 감명을 받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레딩 프로1군 훈련을 처음 봤을 때는 한국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지켜보면 볼수록 어떤 열정 같은 게 느껴졌다. 프로 선수 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개인 훈련을 충실히 하고 남보다 더하려고 하는 열정이 대단한 것 같다.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봤을 때 정말 다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선수들이 대단한 실력들이었다. 신체조건, 스피드, 힘 기술 등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어 모든 부분들이 다 우수했다. 경기템포도 정말 빨랐고 득점 찬스도 많이 만들어서 팬들을 즐겁게 해줬다.”

이런 느낌을 통해 도전정신을 키웠다.

“나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꿈을 가진다. 경기를 볼 때 선수들의 좋은 점을 다 내 것으로 만들 것이고 항상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달려 나갈 것이다. 그러면 어느새 나도 좋은 클럽에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유스팀에서 게임도 뛰고 실력도 많이 향상 된 느낌이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면 아직 갖춰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또한 꿈을 이루기 위해 끝없는 도전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좌우명을 적었다.

‘천재를 이긴 자는 노력하는 자라고 했다. 난 할 수 있다!’지동원은?


소속 팀 : 전남 드래곤즈

포지션 : 스트라이커

생년월일 : 1991년 5월28일(제주)

신체조건 : 187cm, 76kg

학력 : 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


남태희는?


소속 팀 : 발랑시엔FC(프랑스)

포지션 : 스트라이커

생년월일 : 1991년 7월 3일(울산)

신체조건 : 175cm, 73kg

학력 : 현대중-현대고트라브존(터키)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