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8개구단 팬들과 친해지기 위한 ‘여덟가지 철칙’

입력 2011-03-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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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의 성향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자 응원하는 팀에 따라 오롯이 구별된다. 민족성, 지역색보다 더 뚜렷이 달라지는 것이 팬심이니, 만약 당신이 다른 팀의 팬들과 친해지고자 한다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정보를 모아 보았다.

SK 팬과 친해지고 싶다면, 2007년 이후의 야구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김성근 감독님에 대한 찬사를 적절히 섞어 주면 금상첨화. 다만, 의외로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니 행여 그들을 신생팀 팬 취급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삼성 팬은 다소 시니컬하고 냉정하기 때문에 좀처럼 친해지기 힘들다. 행여 놀린답시고 모기업의 재정적 풍요와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석권을 화제에 올려도 속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 앞에서 결코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단어가 있으니, 1999년 플레이오프 7차전과 호세, 그리고 라면이다.

의외로 두산 팬은 상냥하고 친절해서 쉽게 친해질 수 있다. 하지만 속지 마시라. 곰이 순해 보여도 본래 맹수인 법. 알고 보면 나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친한 척하며, 사실 두산 팬은 두산 이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롯데 자이언츠와 롯데 팬은, 너무나 사랑해서 징글징글하게 싸우는 연인과도 같다. 때로 자학성 막말을 내뱉을지라도 그 또한 지독한 사랑의 표현이니, 뭣도 모르고 따라서 욕했다가는 소주팩으로 가격 당하는 수가 있다.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KIA 팬들은 누구보다도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러므로 V9과 V10, 해태 타이거즈와 KIA 타이거즈를 이어주는 유일한 끈, 이종범에 대해 찬양하는 것을 항시 잊지 말아야 한다.

LG 팬들은 곳곳에 암약하고 있으며, 소문에 의하면 작금의 LG 팬들은 지독한 합숙훈련을 통해 살아남은 시대의 독종 팬이라 한다. 그러니 행여 그들 앞에서 암흑기의 설움과 FA 잔혹사 등에 대해 입에 담지 마시라. 돼지 앞에서 코 뒤집는 격이다.

넥센 팬과 친해지고 싶다면 그들의 아노미(Anomie)적 심리상태를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시라. 2000년대의 절대 강자 현대 유니콘스의 영광과 그에 대비되는 현실 속에, 벌써 수년째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화 팬은 언제나 “괜찮아유∼” 하는 것 같지만, 전 세계의 한화 팬을 단번에 분노하게 하는 키워드는 바로 류현진이다. 류현진을 건드리는 순간 당신은 충청도 양반이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몸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뒤끝도 길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만약 야구팬인 당신이 이 글을 읽고 행여 기분이 상하더라도 부디 너그럽게 넘겨주시라. 다 웃어 보자고 하는 얘기니 말이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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