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 스포츠동아DB.
하지만 덕분에 류현진은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됐다. 늘 “이번 시즌 목표는 2점대 방어율뿐”이라고 했던 그가 “앞으로 29경기나 더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비록 첫 경기는 부진했지만 앞으로는 꾸준하게 잘 던져 30경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나 다름없다.
선발 투수가 한 시즌 30경기에 등판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로테이션을 한두 번이라도 거르게 되면 금세 차질을 빚는다. 류현진은 딱 두 차례 30경기를 소화했는데, 한 번은 18승으로 최우수선수와 신인왕을 휩쓴 2006년이고 또 한 번은 17승을 올린 2007년이다. 이후 세 시즌은 26경기∼28경기∼25경기에 등판했다. 통산 78승을 올려 100승까지 22승을 남겨 둔 류현진이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한 시즌 22승은 거의 불가능하다. 작년처럼 던지면서 30경기에 넘게 나가면 가능할 지도 모르지만”이라고 농담한 적이 있을 정도다.
어쨌든 류현진은 6일 대전 KIA전에 앞서 불펜 피칭을 대신한 롱 토스와 시뮬레이션 피칭을 착실하게 소화했다. 8일 대전 LG전에서 명예회복을 하기 위한 준비다. 국내 정상의 투수는 단 한 번의 부진을 오히려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았다. 그래서 류현진은 괴물이다.
배영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