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 스포츠] KBO 새 총재, 낙하산만은 안된다

입력 2011-05-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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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유영구 총재가 3일 검찰에 구속되면서 총재직을 사퇴했다.

유 전 총재는 고 박용오 전 총재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민선총재로 취임해 무보수로 일하면서 야구계에 헌신하였다. 역대 총재 중에서 가장 야구에 애정이 있었으며, 야구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야구 외적인 일로 구속된 것이 야구계 입장에서는 못내 아쉽다. 재직 중 총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지는 못했지만 그만한 식견을 갖춘 사람을 다시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유 전 총재가 야구계에 이바지한 부분은 향후에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야구계의 불행 중 하나는 초대 서종철 총재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총재 개인의 불행을 넘어 야구계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유 전 총재와의 정리(情理)를 생각하면 다음 총재를 바로 임명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인 것은 사실이나 공과 사는 구분되어야 한다.

사단법인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정관 제14조 ①항에는 ‘총재가 사임·해임 등의 사유로 궐위됐을 경우 사유 발생일 1개월 이내에 보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②항에는 보선 절차가 지연될 때에는 이사회에서 총재 직무대행자를 선출할 수 있다고 돼있다. 다만, 직무대행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총재 보선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총재 공석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이사회의 직무유기이며, 직무대행자를 선출하는 것도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면 돌파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이 문제는 지금부터 공론화해야 한다. KBO 이사회가 주도권을 갖고 바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치권 눈치는 볼 필요가 없다. KBO 정관 제10조에 따르면 ‘총재는 이사회(사장단 회의)에서 재적 4분의 3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천하고, 구단주 총회에서 재적 4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해 주무관청에 보고해야 한다’로 나와 있다. 지난번 유 전 총재 때와 달리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이 아니라 보고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신임 KBO 총재의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것은 바로 ‘야구계에 대한 헌신의 정도’이다. 야구에 대해 평소 별로 관심도 없던 사람이 정치권 인사라는 이유로 ‘낙하산’으로 올 수는 없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일 뿐만 아니라 팬들의 ‘영혼을 지배’하는 스포츠다. 정치적 힘만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역대 총재 대부분이 힘 있는 정치인 출신이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야구계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야구에 대한 식견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야구에 대한 식견이 없으면 과거 ‘낙하산’정치인 총재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KBO 이사회는 ‘누가 한국야구를 위해 제대로 헌신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이 한 가지 기준만을 생각하고 차기 총재를 엄선해야 한다.

전용배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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