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밥차가 폭우를 뚫고 인천 문학야구장까지 왔다.
원래 SK는 3일 목동에서 넥센과의 경기가 예정돼 있었는데 폭우로 연기됐다. 김성근 감독은 즉시 전 선수단에게 휴식을 줬다. 당초 당연히 문학으로 이동해서 훈련할 줄 알았던 선수단에게 쉬라는 통보는 의외로 여겨졌다.
숙소인 서울 홍은동 호텔에서 출발해 문학구장에 도착한 뒤 곧바로 해산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주력 야수진은 오후 3시40분쯤 야구장에 나타났다. 주장 이호준을 필두로 4연속경기 홈런의 최정 외에 정근우, 박재상, 김강민, 조동화 등 주력은 퍼붓는 빗속에서 필드를 가로질러 실내 연습장으로 들어갔다. 선수들이 ‘자율훈련’을 한다니 코치들만 퇴근할 수는 없는 노릇. 이철성 수석코치 등 코치들도 구장에 남았다. 그리고 훈련 끝나는 선수들 끼니라도 챙기라고 목동 밥차를 문학까지 오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코치들 중 누구도 실내연습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주장 이호준이 “선수들이 알아서 하고 싶다”고 부탁한 때문이었다.
실내연습장의 분위기는 고요하다 못해 엄숙했다. 선수들과 공을 올려주는 보조요원들 뿐이었는데 잡담 한마디 들리지 않았다. 방망이 휘두르는 음향과 기합 소리만이 정적 속에서 들릴 뿐이었다.
이호준은 “한화, 넥센을 만나서 올라갈 줄 알았는데 반대였다. SK가 1주일에 1승도 못 했던 적이 있었던가. 감독님이 쉬라고 했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갈 수 없었다. 여기 있는 선수들 전부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얘기했다. 침묵 속에서 칼을 가는 SK다.
문학 | 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