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섬싱Q] ‘추남’ 박정권 꼼짝못한 이유 있었네

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격침시켰던 ‘가을 사나이’의 방망이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SK 박정권이 9회 삼성 마무리 오승환에게 삼진을 당한 뒤 고개를 숙인 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대구｜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삼성 배터리, SK 4번타자 현미경 분석
바깥쪽·변화구 승부…무안타 철벽봉쇄

6회 홈쇄도 최형우 베이스러닝 ‘옥에 티’

삼성과 SK가 2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서 만났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KS 필승카드로 차우찬과 정인욱의 불펜기용을 꼽았다. 1차전에서 차우찬은 강렬했다. 3이닝을 퍼펙트로 막았고 삼진을 5개나 잡았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더욱 강해진 삼성의 막강불펜에 막히고 말았다.

- 류 감독이 5회 차우찬을 올렸다.

▲ 선발 매티스가 SK를 압도하지 못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매회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2-0으로 앞선 5회부터 차우찬을 올렸는데 냉정하고 정확한 선택이었다. 승리투수 요건이 걸려있는 5회에 무실점 선발투수를 교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차우찬은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다. 충분한 휴식덕에 볼끝에 힘이 넘쳤고 경기 분위기를 장악했다. 차우찬이 가세하면서 삼성은 강한 불펜이 더 강해진 느낌이다.


- SK는 가을 사나이 박정권이 침묵했다.

▲ 삼성이 박정권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했다. 1회 1사 2루에서 삼진을 잡을 때는 컷패스트볼을 던졌고 3회 2사 1·2루때는 서클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썼다. 박정권은 빠른 공에 강한 타자다. 삼성 배터리는 철저하게 바깥쪽과 변화구로 박정권을 상대했고 4타수 무안타로 막았다. 박정권이 막히면서 SK는 초반 기선제압에 실패했고 삼성은 박정권을 효과적으로 막고 승리를 거뒀다.


- 삼성은 6회 1사 만루에서 3루주자 최형우의 베이스러닝이 아쉬웠다.

▲ 신명철이 2루수 쪽에 인필드플라이로 선언되지 않은 플라이를 쳤다. 정근우가 잡다가 떨어뜨린 뒤 홈에서 3루주자를 아웃시켰다. 이때 최형우는 3루 베이스를 밟고 태그업을 준비했는데 태그업 하기는 짧은 거리였다. 홈 플레이트쪽으로 3∼4m 정도 나와 있었다면 홈에서 세이프가 될 수 있었던 장면이다.


- 올해 포스트시즌은 번트보다 강공이 대세다.

▲ SK 이만수 감독대행과 삼성 류 감독은 번트보다는 강공을 즐긴다. SK는 세 번, 삼성은 무사에 두번 출루했고 희생번트는 1회 SK 박재상 한번뿐이었다. 양 팀에서 각각 병살타가 한개씩 나왔고 선두타자 진루시 모두 득점에 실패했다. 작전은 감독의 색깔이다. 양팀 감독이 시리즈 내내 번트를 배제할지 주목된다.


- 한국시리즈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킨다.

▲ 1차전 스타는 신명철이다. 4회 2타점 2루타 한방이면 충분했다. 페넌트레이스 내내 부진했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결승타를 쳤다. SK선발 고효준도 호투했다. 신명철에게 결승타를 내줬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었다. 각 팀의 중심타자는 상대에게 철저한 견제를 당한다. 새로운 스타가 매경기 나올 가능성이 많고 그래서 남은 경기가 더 기대된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