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순섭 명창과 함께한 이자람의 흥보가 완창

입력 2015-11-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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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 흥보가 완창공연을 마친 이자람(왼쪽)·송순섭 사제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판소리만들기-자

팔순 생일 맞은 스승과 뜻깊은 공연

최근 평생 잊지 못할 공연 한 편을 보고 왔다. ‘소리꾼’이란 범주 안에만 가둬 두기엔 어쩐지 미안해지는 이자람과 그의 스승인 인간문화재 송순섭 명창이 함께 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동편제 흥보가 완창 무대였다.

사실 판소리 완창공연을 오래도록, 그것도 최선을 다해 피해 다녔다. ‘지루할까봐’, ‘코를 골고 잘까봐’라는 핑계였지만 사실은 반대였다. ‘틀림없이 재미있을까봐’, ‘숨도 못 쉬고 빠져들까 봐’.

불길한 예감(?)은 맞았고, 이날 정신을 놓고 장장 4시간에 걸쳐 판소리 흥보가의 완창을 듣고 보았다. 원래 두 번의 인터미션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자람이 “분위기가 식을 수 있으니 한 번만 쉬고 가십시다”하여 딱 한 번, 20분 쉬고 3시간40분간 주구장창 판소리가 이어졌다.

뮤지컬 배우,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리스트, 새로운 공연형식인 사천가와 억척가로 세계를 놀라게 한 ‘예인’ 이자람은 5년만에 오른 완창무대에서 남자들도 힘겹다는 동편제 소리를 두 시간에 걸쳐 들려주었다. 이자람의 싱싱한 소리가, 재기발랄한 연기가 좋았고 이어 무대에 올라 1시간30분간 들려준 팔순 명창 송순섭 옹의 소리는 뜨거운 감격을 내주었다. 판소리는 라이브이어야한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한 무대였다. 어쩌면 판소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디지털 파일 속에 가둘 수 없는’ 장르일지도 모른다.

공연이 끝난 뒤 이자람은 촛불 하나를 켠 케이크를 들고 들어와 팔순을 맞은 노스승의 생일을 축하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무한대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월드 아티스트 이자람. 잠시 돌아와 원래 자리에 선 이자람은 더 없이 편하고 행복해 보였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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