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M엔터테인먼트
김희철&김정모는 12일 두 번째 미니앨범 '종합선물세트(Goody Bag)'를 발표하고 프로젝트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이번 앨범은 '종합선물세트(Goody Bag)'라는 타이틀처럼 트로트, 펑크, 락 발라드, 하드코어 등 다채로운 장르를 담은 작품으로,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곡은 역시 타이틀곡이자 트로트 장르인 '울산바위'다.
사실 '울산바위'가 트로트라고 알려졌을 때만해도 이벤트성 코믹송이 아닐까 하는 예상도 적지않았다. 하지만 김희철&김정모는 장난기를 뺀 정통 트로트 사운드를 들려줘 오히려 놀라움을 주고 있다.
본격적으로 트로트곡에 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정모는 "팀을 결성할 때부터 장르의 구애없이 둘이서 할 수 있는 음악들을 해보자고 이야기했었다"라며 "또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발표한 곡들과 겹치지 않는 장르를 담아보자고 의견을 모아, 트로트 곡을 만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즉, '울산바위'는 이슈몰이를 위해 즉흥적으로 만든 노래가 아니라는 뜻이다. 김희철&김정모가 '울산바위'에 얼마나 애정을 지니고 있는 지는 뮤직비디오에서도 드러난다.
'울산바위'의 뮤직비디오는 김희철&김정모가 직접 연출을 한 것은 물론이고, 여주인공인 그룹 다이아의 정채연 섭외까지 직접 진행하는 열의를 불살랐다.
평소 예능에서 보여준 장난스러운 모습이 아닌 진지하게 트로트 가수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울산바위'뿐만 아니라 수록곡 역시 마찬가지다. 펑크 장르의 '바나나쉐이크'나 락발라드 '수필'과 '나르시스', 하드코어계열의 'NO답'은 모두 상당한 완성도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또 이들 모두 현재 대중가요계에서 마이너 장르로 여겨지는 곡들이기에 눈길을 끈다.
이쯤되면 SM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독특하고 이색적인 팀이 김희철&김정모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김희철&김정모의 이런 음악색은 이들의 작업방식에 기인한다. 이들의 작업 방식은 철저한 분업화로, 작곡과 프로듀싱은 김정모가, 작사는 김희철이 맡는 식이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의 영역을 철저하게 지켜준다.
실제로 전작 '가내수공업'을 발표할 당시 김희철은 "서로가 노터치다. 곡 만드는 것에 내가 일절 말하는 게 없고, 반대로 내 가사에도 정모가 뭐라고 안한다. 음악적인 건 정모가 전담, 외적인건 내가 전담이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김정모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김희철의 남다른 센스가 만나 색다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SM엔터테인먼트에서도 이들의 이런 독자적인 행보를 보장하고 있다.
'가내수공업' 인터뷰 당시 김희철은 "정말로 너무 싸구려처럼 나왔으면 (회사에서)다시 하라고 하거나 우리에게 맡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SM이 무슨 호구도 아니고 우리를 너무 아끼고 사랑해서 땅 파서 앨범을 내주고 그러지 않는다. (어떤 가능성이 있으니) 내준 것이다"라고 회사에서도 인정할만한 완성도를 보여주었기에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고, 이는 당연히 이번 '종합선물세트(Goody Bag)'에서도 유효하다.
김희철은 '가내수공업'이 나오고 "'가내수공업' 앨범 크레딧에 보면 '이게 첫 앨범이 될 수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라고 써져있다. 너무 바닥을 치면 양심이 있지 거기다 ‘2집 나왔어요’라고 못할 거 같다. 내가 알아서 접을 거다"라고 말했다.
바닥의 기준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2집 '종합선물세트(Goody Bag)'가 나왔다는 건 적어도 김희철&김정모가 바닥을 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종합선물세트(Goody Bag)'는 더욱 흥미롭고 이색적인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다. 김희철&김정모는 당분간 알아서 접지 않아도 될 듯하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