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연기하는 배수지, 언제까지 투정만 부릴건가요

입력 2016-09-09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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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는 배수지, 언제까지 투정만 부릴건가요

KBS2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시청률 8.4%, 동시간대 꼴찌로 종영됐다. 김우빈과 배수지라는 톱스타를 내세워 초반 화제성을 독차지했지만, 작품은 시한부 남자 주인공과 애틋한 사랑을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이경희 작가의 시대착오적 진부함으로 혹평 받았다. 하지만 ‘함부로 애틋하게’의 굴욕을 이경희 작가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여주인공 배수지의 연기력이 지나치게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

‘함부로 애틋하게’(이하 ‘함틋’)는 진부하다는 평가에도 고정 시청률 8%대를 유지했다. 트렌디함을 무기로 수목드라마 1,2위를 다투고 있는 MBC ‘W'와 SBS ’질투의 화신‘과 1~2%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진 것만 봐도 ’함틋‘은 내용과 장르적인 면에 있어 경쟁력이 있다. 또 우리는 앞서 몇 가지 사례들로 톱배우들이 출연해도 졸작이면 시청률 굴욕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익히 경험해왔는데 이는 ‘함틋’ 류의, 즉 진부한 정통 멜로가 취향인 시청자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패인(敗因)은 여주인공 배수지의 감정선과 화법에 있다. ‘함틋’ 20부작을 보고나니 배수지의 감정 표현력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였던 배수지의 화법은 성장한 감정 표현력을 상쇄시켰고 ‘함틋’의 몰입을 방해하기 일쑤였다. 더욱이 감성이 곧 개연성인 정통 멜로물은 설명적인 대사 처리보다는 감성 전달이 전부라해도 무방한 장르다. 감성에도 저마다의 깊이가 있는 법이지만 배수지의 얕은 감정선은 ‘함틋’을 단순한 신파로 전락시켰다.

배수지는 연기할 때 유독 퉁명스러워진다. ‘함틋’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수지가 연기한 노을PD는 화나 있지 않으면 지쳐 있었다. 극 초반 노을PD는 아버지 죽음을 비롯한 소녀가장으로서의 억척스러움 그리고 신준영(김우빈)과의 관계 형성 과정에서 이채로운 감정 표현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소리만 들었을 때 배수지는 슬퍼도, 사랑을 해도, 당황스러워도 상대방에게 이상하게 화가 나 있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은 극 후반부였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신준영의 이야기로 전개가 치우치면서 노을PD는 자연스레 신준영 감정의 변두리에 위치했다. 그런데 노을PD는 왜 피죽 한 그릇도 먹지 못한 사람처럼 축축 쳐져서 말을 할까. 신준영이 아닌 노을PD가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인지 헷갈렸을 정도. 사랑하는 남자의 죽음을 앞둔 한 여자의 슬픈 감정을 기운 없는 말투로 표현한 것으로밖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배수지의 단순한 화법과 감정 처리는 배수지에 대한 연기 평가를 무색하게 만든다. 연기파라 불리는 배우들은 연기의 기본을 발성과 발음, 화법이라고 말하며 꾸준히 목 관리를 한다. 물론 대중이 받아들이는 호연의 기준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이 기본이라고 불리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배수지가 ‘기본’만 갖췄어도 영화 ‘도리화가’의 굴욕을 씻고 ‘함틋’의 몰입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연기 영역에 있어 배수지의 잠재력을 기다리고 응원하기에 그는 극을 이끌어가야하는 주인공이다. 자리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함틋’이 사전 제작 드라마라 좋았던 점으로 피부 관리를 언급했던 배수지가 연기의 기본인 화법에까지 관심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오랜만에 만난 정통멜로물 ‘함틋’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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