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스크럭스를 1루수로 못 박는 까닭은?

입력 2017-03-1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NC 스크럭스. 스포츠동아DB

“4번타자가 왔다 갔다 하면 안 돼.”

NC 김경문 감독은 새 외국인타자 재비어 스크럭스(30)에 대해 배려와 함께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스크럭스는 스스로 “1루수는 물론 3루수와 외야수도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김 감독은 “1루수로만 쓰겠다”고 못 박았다.

김 감독이 이처럼 스크럭스를 1루수로만 기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스크럭스가 타격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4번타자가 1루수로 갔다가, 3루수로 갔다가, 왔다 갔다 해서는 안 된다. 마음 편하게 타격을 하도록 1루수를 보다가 피곤하면 지명타자로 들어가면 된다. 1루수는 모창민과 번갈아 맡길 생각이다”면서 “1루 수비도 합격점이다. 베이스러닝도 할 줄 안다. 장점이 많은 선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크럭스에게 기대하는 것은 역시 방망이다. 밀워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에릭 테임즈를 대체할 후보로 영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테임즈는 KBO리그에서 2014~2016년 3년간 통산타율 0.349에 124홈런, 382타점을 올린 최고의 타자. 2015년에는 KBO리그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기록하며 NC 역사상 최초의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까지 차지했다. 테임즈와 이별한 NC는 그래서 몸값만 총액 100만달러를 지불하고 메이저리그 출신의 스크럭스를 붙잡았다.

그러나 시범경기에 돌입하고 난 뒤 스크럭스는 한동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4일 시범경기 개막전인 마산 넥센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을 기록했고, 15일 넥센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 1삼진만 떠안았다. 그리고 16일 마산 SK전에서도 또 3타수 무안타. 17일 SK전에서 첫 2타석에서는 삼진과 2루수플라이로 물러났다. 총 11타수 무안타였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초반 스크럭스가 안타조차 치지 못했지만 “페이스가 떨어진 시점일 뿐이다. 외국인선수는 처음에 많이 기다려줘야한다”면서 “미국에서 연습경기를 해보니 좋은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테임즈하고는 다른 유형의 타자지만, 분명 선구안도 좋아 보인다. 아무 공에나 막 돌리지 않는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격이 좋다.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며 팀과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력과 융화도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믿음을 읽은 것일까. 스크럭스는 16일 3번째 타석에서 사구로 나가더니 4-1로 앞선 7회 4번째 타석에서 마침내 안타를 뽑아냈다. 채병용의 6구째 포크볼(시속 127㎞)을 받아쳐 좌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KBO리그 공식경기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것. 이로써 11타수 무안타 행진도 마감했다.

스크럭스는 테임즈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에 일거수일투족이 더욱 관심사가 되고 있다. 스크럭스가 정규시즌에서 성적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