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V리그 여자 외국인 선수들의 사생활은…

입력 2018-11-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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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가 낯선 곳에서 뛰기 위해선 환경에 대한 적응이 선행되어야 한다. V리그 여자부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 생활의 즐거움을 찾는다. 올 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베레니카 톰시아는 25kg 대형 반려견과 함께 입국했다. 이 강아지는 이미 팀의 마스코트가 됐다. 사진출처|톰시아 SNS

비수도권 축구단에서 벌어진 일이다. 외국인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어린선수를 데려와 입단테스를 했다. K리그 팬들에게도 익숙한 유고특급 라데가 추천한 선수였다. 장래성을 보고 코칭스태프는 합격점을 줬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정식계약을 코앞에 두고 사달이 났다. 그 선수가 울면서 자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라데가 달래고 윽박질렀지만 효과가 없었다. 서울에서 며칠간 지낼 때는 몰랐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본 비수도권의 주변 환경이 기대치와 다르자 돈보다는 가족생각이 먼저 났던 모양이다. 대도시에 연고를 둔 구단은 모르겠지만 지방구단은 외국인선수 영입 때 이런 걱정도 한다. 그래서 그 축구팀은 외국인선수를 데려올 때는 꼭 밤에 움직였다. 혹시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실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시즌 도중 가끔 서울의 이태원으로 데려가거나 대사관에 연락해 말이 통하는 자국 사람들과 그 선수가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것도 구단이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7년 만에 다시 V리그를 찾은 현대건설 베키에게도 반려견 아메리칸 불독은 큰 힘이다. 사진출처|베키 SNS


● 톰시아·베키의 반려견 사랑, 운전면허 없는 알리

이번 시즌 처음 V리그를 찾은 흥국생명의 톰시아는 해외리그 경험이 많다. 향수병이나 현지 적응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는 무려 25㎏이나 나가는 대형 반려견과 함께 입국해 공항에 마중나간 구단 직원을 놀라게 했다. 아메리칸불독으로 10개월 전에 입양 받았다. 반려견의 항공료도 만만치 않았다. 이코노믹클래스 수준이라고 구단은 귀띔했다. 톰시아의 반려견은 흥국생명 선수들 사이에서 팀의 마스코트 취급을 받는다. 원정경기 때는 개를 돌봐주는 사람을 고용한다. 덩치 때문에 사료비도 만만치 않겠지만 톰시아가 부담한다.

7년 만에 다시 V리그를 찾은 현대건설의 베키도 반려견 아메리칸불독과 함께 입국했다. 나이차이가 많지 않은 어머니와 숙소에서 함께 지낸다. 자칫 자매로 오해받기 쉬울 정도인데 베키는 그 말을 아주 싫어한다. 현대건설은 외국인선수를 위해 따로 빌라를 얻어주는데 여기서 반려견을 키운다. 베키가 원정 중에는 어머니가 반려견을 돌보지만 만일 두 사람이 동시에 집을 비우면 인근에 있는 프로농구 KGC 외국인코치들이 대신 돌봐준다. 베키는 처음 한국생활을 하는 IBK기업은행 어나이에게 서울생활의 ABC를 알려주는 멘토 역할도 자주한다.

처음 한국생활을 하는 GS칼텍스 알리는 조용한 스타일이다. 쉬는 날에는 밖으로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구단이 얻어준 아파트에서 푹 쉰다. 가끔 백화점에 쇼핑을 다니는 정도다. 운전면허가 없어 외출 때는 택시를 이용한다. 터키리그에서 농구선수로 뛰었던 남자친구는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현재 은행에서 일한다. 아직은 한국에서 혼자 지내지만 비시즌 때는 모스코바에 사는 언니의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구단은 전했다.

지난 시즌부터 도로공사에서 뛰며 ‘김천 이씨’라고 불리는 이바나는 전원생활을 즐긴다. 경북 김천의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사진은 회를 먹고 있는 이바나의 모습. 사진출처|이바나 SNS


● 어나이의 보리굴비 정식과 이바나의 가을단풍

IBK기업은행의 어나이는 이번에 처음 프로리그와 해외리그를 경험한다. 트라이아웃 때 한국생활 적응에 의문부호가 붙었지만 구단은 안심하고 있다.

가족을 사랑하고 부모자식간에 유대관계가 좋은 하와이 전통문화 덕분인지 한국적인 스타일이다. 처음부터 한국음식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쉬는 날에는 현대건설 베키, 인삼공사 알레나 등을 만나서 수다도 떨고 한국생활 정보도 듣는 것이 낙이다. 최근 구단은 딸을 보려고 방문한 어머니와 어나이를 위해 서울 투어를 시켜줬다. 쉬는 날 서울 여기저기를 다녔다.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본 서울의 경치를 가장 좋아했다. 저녁에는 보리굴비 정식을 사줬는데 어나이가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는 후문이다. 대학시절 하와이를 떠나 유타에서 혼자 생활을 해서인지 독립심도 강하다.

대부분의 외국인선수 숙소는 수도권 가깝지만 김천에서 지내야하는 도로공사 이바나는 다르다. 다행히 이바나는 번잡한 대도시생활보다는 전원생활을 더 편하게 여긴다. 김천 주변 가을 산의 단풍을 좋아한다. 주변을 산책하면서 자연을 보는 것이 취미다. 가끔 서울도 가지만 다녀오면 힘들다면서 숙소에서 쉴 때가 더 많다. 가까운 동대구역의 백화점으로 분위기 전환삼아 쇼핑을 가는 것이 소일거리다. 지금은 남편이 방문해 김천의 오피스텔 숙소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반 한국사람이었던 니콜 이후 도로공사는 외국인선수에게 승용차를 주지 않는다. 한국생활 2년째의 아바나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제주도다. 배유나와 함께 여행을 가려다 일정이 맞지 않아서 다음으로 미뤘다.

한편 한국생활에 가장 적응을 잘한 외국인선수는 이제 3년째인 인삼공사 알레나다. 일과 사랑을 모두 한국에서 잡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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