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또 한 명의 가수가 그 편견을 넘기 위해 출발점에 섰다. 더군다나 그는 아이들 그룹 멤버다. 편견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적을 것 같지 않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이름 강인, 슈퍼주니어의 멤버다. 가수와 함께 라디오 진행, 뮤지컬 출연까지 활동 범위가 정말 넓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함께 출연한 ‘꽃미남 연쇄테러사건’(슈퍼주니어의 소속사에서 제작)이 있지만 본격적인 영화 도전은 ‘순정만화’(감독 류장하·제작 렛츠필름)가 처음이다.
영화의 원작은 강풀의 동명만화다. 2003년부터 1년여 동안 인터넷을 통해 연재되며 6000만건의 클릭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강인이 맡은 역할은 일곱 살 연상(채정안)에 빠지는 스물 둘 공익근무요원 강숙이다.
많은 가수출신 연기자들이 스크린에 데뷔하면서 무모하게 단독 주연 혹은 자신과 다른 배우가 주역을 맡는 ‘투 톱’ 영화를 택해 흥행도 망치고 자신도 배우로의 첫 발에 큰 상처를 입곤 했다. 하지만 강인은 달랐다. ‘순정만화’는 유지태와 채정안 그리고 이연희까지 든든한 동료들이 있다.
그는 “제가 워낙 백지라서 연기가 너무 아쉽다.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지만 혹시 누가 되지 않았을까 미안하기도 하고….”
쇼나 오락프로그램의 이미지와 틀렸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이어진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조금 더 분명해졌다.
“그래도 가수가 특히 아이들 스타가 연기에 나서면 온갖 편견과 우려가 쏟아질텐데….”
이 질문에 강인은 싱긋 밝은 미소를 지었다.
“욕 먹을 각오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점점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가수 출신들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그 선배들의 연기를 꼭 챙겨 봤어요.”
강인은 또 웃으며 스스로 운이 좋아 감사하다고 했다. “예전에 팬들이 ‘순정만화’주인공이랑 닮았다며 강숙 그림이 그려진 쿠션과 티셔츠를 선물해주곤 했어요. 나중에 제가 그 캐릭터를 연기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아무리 운이 좋다지만 욕까지 먹으면서까지 연기를 할까? 아이들 그룹의 전략인가? 그의 대답은 간단하면서도 분명했다.
“원래 꿈이 연기자였어요. 그래서 언젠가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가수이기 때문에 더 쉽게 출연 기회를 잡았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상 더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진정성을 갖고 영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모습을 보며 결국 그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오락프로그램 속 당신의 모습을 보며 장난꾸러기에 차분하지 못한 이미지의 강인을 생각했다.”
강인은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데뷔 초 어떻게 하면 제가 주목받고 돋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저를 불러준 프로그램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어요. 강호동 형이 저보고 ‘약 먹고 방송하냐?’고 말할 정도로 온갖 행동을 다했죠. 하하하”
1시간여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 스타보다 평범한 스물 셋 학생으로 느껴졌다. “처음 촬영장에 갔는데, 의자에 이름이 새겨져 있는 거예요. 너무 감사하고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