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에서 자율주행차가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오리를 치어 숨지게 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사고를 당한 오리와 같은 종인 모스크바 오리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텍사스에서 자율주행차가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오리를 치어 숨지게 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사고를 당한 오리와 같은 종인 모스크바 오리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텍사스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공원 인근에서 오리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책임과 판단 기준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8일(현지 시간)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텍사스 경찰은 최근 자율주행 플랫폼 ‘아브라이드’ 차량이 뮬러 레이크 파크 인근에서 오리를 들이받았다는 목격담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 지점은 야생동물과 보행자가 빈번히 오가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뮬러 지역 페이스북 그룹에 게시된 목격담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공원 인근을 지나다가 둥지를 틀고 있는 오리를 쳤다. 이 오리는 호수에서 3~4년 동안 해당 장소에 알을 낳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목격자는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었으나 핸들을 잡지 않은 상태였다”며 “차량이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 인근에는 정지 표지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 정지 사인 있었는데도…오리 치고 달려나간 자율주행차


사고 이후 아브라이드 측은 호수 주변 도로를 테스트 구간에서 제외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지역 사회의 신뢰와 안전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야생동물 충돌을 포함해 보고된 사건의 정황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책임설은 부인했다. 아브라이드 측은 자체 데이터 검토 결과, 차량이 모든 정지 표지판에서 적절하게 정지했다며 법규 위반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민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사고가 난 지역은 보행자와 야생동물이 자주 이용하는 휴양지로, 자율주행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이다. 인근 지역 주민인 에이다 당은 “무인 차량은 정지 표지판에서도 멈추지 않았고,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야생동물을 죽였다”고 불안감을 표했다.


● “다음은 아이일 수도” vs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단 안전”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리꾼의 반응도 첨예하게 갈렸다. 자율주행차를 비판하는 쪽은 “만일 오리가 아니라 갓난아기였다면 대형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라거나 “정지 표지판이 있었다면 일단 멈췄어야 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옹호하는 쪽은 “사람이 운전하는 차도 엄청난 수의 야생동물과 사고를 낸다”며 “만일 오리를 피하려 운전대를 틀었다면 오히려 사람이 위험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 아브라이드는 안전 지침과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더불어 해당 지역의 차량 운행이 위험한지 점검하고, 재운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