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거포최희섭-양준혁,‘참담한2월’

입력 2008-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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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삼성-KIA전 선발 라인업에서 양팀의 5번타순에 올라있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삼성은 양준혁, KIA는 최희섭이었기 때문이다. 둘 다 거구의 왼손 강타자. 소속팀과 팬들의 기대가 컸고, 상대팀에서 가장 무서워해야할 타자지만 이들은 올 시즌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다. 상대팀들은 “자칫 실투하면 큰 것을 맞을 수도 있어 방심할 수는 없지만 약점이 많이 보인다”며 최근 이들과 승부를 택하고 있다. ○‘멘도사 라인’에 포진한 왼손 강타자 7일까지 규정타석(경기수×3.1)에 포함된 타자는 총 47명. 양준혁은 0.211(114타수 24안타)로 44위, 최희섭은 0.198(111타수 22안타)로 46위였다. 이름 석자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참담한 성적표다. 양준혁은 8일 3타수 무안타로 타율이 0.205로 더 떨어졌고, 최희섭은 4타수 2안타로 0.209로 다소 올랐다. ‘멘도사 라인(Mendoza line)’은 규정타석을 넘긴 타자 중 타율이 2할 언저리에 있는 타자, 또는 최하위 선수를 지칭한다. 메이저리그에서 9년간(1974∼1982년) 활약하며 통산타율 0.215를 기록한 마리오 멘도사라는 유격수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시즌 초반이지만 이들이 타격순위 맨 위가 아닌 멘도사 라인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동계훈련 부족이 원흉 삼성 이종두, KIA 박흥식 타격코치는 모두 훈련부족을 1차원인으로 꼽았다. 투수도 그렇지만 타자도 우선적으로 하체부터 안정돼야 한다. ‘타격은 하체로 한다’는 말이 있는데 배트 스피드와 컨택트 기술 등이 모두 하체가 안정되고 리듬을 타야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둘은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양준혁은 지난해 말 다친 발목이 좋지 않아 괌 전지훈련에 가지 못하고 2차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했다. 최희섭은 두통으로 스프링캠프에서 두 차례나 귀국하면서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어떻게 부진에서 탈출할 것인가 이종두 코치는 “준혁이는 타격기술이 이미 경지에 오른 선수이기 때문에 하체만 되면 자연스럽게 기술도 회복할 것이다. 지금은 기술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무조건 하체부터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양준혁은 “최근 발목이 좋아지면서 러닝훈련을 많이 한다. 사실 안 좋아도 쳐낼 수 있어야 프로인데 할 말이 없다”며 괴로워했다. 물론 경기 전 타격훈련을 할 때 삼성선수 중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치고 있지만 일단은 하체강화에 신경을 쓴다. 최희섭은 “많이 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몸에 이상은 없다. 타격감을 찾을 때까지 많은 공을 때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 전에 가장 먼저 나와 타격훈련을 하고, 경기 후에도 강도 높은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최희섭은 “고교 시절 이후 이렇게 많이 타격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지금 같은 훈련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흥식 코치는 “시즌 중인데 타격폼을 수정하기는 어렵다. 본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 이것저것 조언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다만 테이크백을 빨리 들어가라는 조언만 하고 있다. 공이 들어오는 순간에 테이크백이 이뤄져 상대가 실투할 때도 파울이 자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광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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