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필드오브드림]기동력야구의중요성

입력 2008-05-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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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야구 중계에도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OPS라는 기록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 기록은 ‘장타율+출루율’을 뜻하는데 타자들의 능력치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효과적인 기록이다. 장타율 자체에는 이미 타율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서 타자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정확도, 장타력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출루할 수 있는 능력까지 이 수치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록이 점점 강조되면서 손해보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각 팀의 1번 타자들, 즉 정확도가 높고, 나가면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섭섭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장타력 부족이다. 예를 들어 두 선수가 있다고 치자. 한 선수의 통산 OPS는 0.722이고, 다른 한 선수는 0.805이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9년씩이다. 이 수치 상으로는 후자 쪽의 공격력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전자는 다저스의 후안 피에르이고 ,후자는 올메도 사엔스다. 콜로라도 데뷔 시절부터 빠른 발과 정확한 방망이로 1,2번 타순에 테이블세터로 꾸준히 기용되고 있는 후안 피에르는 통산 0.348의 출루율로 그리 나쁘지 않은 기록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9시즌을 뛰면서 통산 홈런 12개로 장타율은 0.374에 불과하다. 반면 주로 벤치 멤버로 한방을 소유했던 사엔스의 출루율은 0.340이다. 피에르와 큰 차이가 없지만 장타율에서 0.465로 피에르와 격차가 크다. 여기서 피에르의 통산 400도루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만다. 야구 통계의 달인 빌 제임스나 ‘머니볼’ 야구의 주창자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은 철저히 도루를 무시한다. 빈 단장은 머니볼 야구로 ‘저예산 팀’ 오클랜드를 5차례나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 중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한 적은 한번 밖에 없다. 물론 오클랜드의 주어진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성적도 놀라움 그 자체일 수 있다. 그래도 출루하고 한방을 기다리는 야구의 틀에서 조금 벗어난, 약간의 기동력이 감안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머니볼 야구를 진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보스턴의 테오 엡스타인 단장은 팜 시스템 강화에 기동력이라는 묘미를 가미해 보스턴을 공포의 팀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제아무리 웰빙시대라 하더라도 때로는 기름기가 흐르는 삼겹살도 먹어줘야 우리 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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