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더불어사는좋은세상만들어요

입력 2008-05-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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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목사의 아내로 살고 있습니다. 신분을 밝히고 싶지는 않지만, 참 감동적인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사연을 적어봅니다. 그러니까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 혼자 집에 있는데, 낯선 노인부부가 오셨습니다. 지나가시다가 교회가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오셨다고 했습니다. 그 분들도 40년 간 오직 한길을 걸으며 목회 일을 하시다 은퇴한 원로 목사님 부부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냥 가시려는 두 분을 모시고 차를 대접해 드렸습니다. 두 분이서 차를 마시다가, 저희 집 거실 모퉁이에 있는 아주 작은 TV를 보시게 되셨습니다. 사모님께서 “어머! 텔레비전이 너무 작네. 혹시 괜찮으면 저희 집에 이것보다 조금 더 큰 텔레비전 있는데, 그거 가져가지 않으실래요?” 하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했는데, 그 분 말씀이,“이번에 우리가 아는 분이 저희 집에 대형 텔레비전을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원래 보던 게 하나 남아서 아들네 주려고 했는데, 필요하시면 사모님 드릴게요”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사양을 했지만, 꼭 와서 가져가라고 하셔서 얼마 후 염치 불구하고 그 목사님 댁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은 훈제 오리 고기도 사주시고, 약속대로 텔레비전도 주시고, 집에 가는 길에 용돈까지 주셨습니다. 아마 저희 집에 처음 오시던 날 제가, 남편이 없어서 편하게 밥을 먹는다고, 김치와 국 하나만 달랑 놓고 보일러도 안 넣은 싸늘한 집에서 밥을 먹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시고 주시는 돈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돈까지 받기가 정말 죄송해서 쩔쩔 매고 있었는데 사모님께서 한쪽 눈을 질끈 감으시며 “괜찮아요. 저도 고생해 봐서 그 심정 알아요” 하면서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 목사님 부부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 5남매 기르시고, 부모 잃은 어린 조카까지 돌봐주시며 사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조카가 지금은 건설회사 사장이 되어서 은혜를 갚는다고 40평짜리 대궐 같은 아파트도 주고, 좋은 텔레비전이며 최신 가전제품까지 갖춰주었다고 하셨습니다. 목사님 도움을 받았던 또 다른 분은 매달 큰 쇠고기 덩어리를 보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평생 베푸는 삶을 사시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이젠 도로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도 염치없이 텔레비전을 받아오면서 두 분께 감사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아이들 장난감 치우고, 거실을 정리해서 29인치 텔레비전을 설치했는데, 코드를 꽂으니까 너무 시원스럽게 잘나왔습니다. 기쁜 마음에 전화를 드렸더니, 사모님께서 아들네 준 것 이상으로 기쁘다고 잘 보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물론 지금은 뭐가 문제가 됐는지 전원이 나가버려서 못 쓰고 있지만, 두 분이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감사한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얼마나 좋은 분들인지, 그 후에 한번 찾아뵌 적이 있습니다. 마침 젊은 목사님들이 오셔서 연세 많은 할아버지 목사님의 목욕을 도와드리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목사님은 몸이 많이 불편하셨는데, 사모님 연세도 많으셨기 때문에 그런 봉사를 오신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이 두 분 목사님의 모습을 거울삼아 저희 부부도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 봉사할 수 있는 삶을 살 겁니다. 형편이 넉넉하진 않지만, 어려운 가운데 더 열심히 봉사하고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겠습니다. 경기 양주 | 신미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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