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승부욕,‘관중모독’추태

입력 2008-06-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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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하는 비를 탓해야 하나, 얄팍한 승부욕을 탓해야 하나.’ 4.5경기차로 5, 6위를 달리고 있던 한화와 KIA의 시즌 11차전이 벌어진 4일 광주구장. 3회부터 5회까지 볼썽사나운 광경이 거듭되자 급기야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이미 타석에 들어와있어야 할 타자가 느릿느릿 걸어나오고, 삼진을 먹은 타자가 배시시 웃으면 덕아웃에서는 박수를 보내고, 고의인지 실수인지 수비수는 열심히 달려와서는 타구를 놓치는 ‘할리우드 액션’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관중을 조롱하는 듯한 플레이가 속출한 이유는 경기 전부터 잔뜩 찌푸려있던 하늘이 3회 들어 강풍을 동반한 비를 토해냈기 때문이다. KIA가 2회말 장성호의 만루홈런 덕에 6-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내리는 비였기에 앞선 팀이나, 뒤진 팀이나 생각이 미친 곳은 강우콜드게임 또는 노게임일 수밖에 없었다. KIA로선 5회초 수비까지 마치면 정식경기로 인정돼 강우콜드게임승을 거둘 수 있었기에 공격 때는 서둘러 방망이를 휘둘렀고(심지어는 스트라이크존에서 한참 어긋난 ‘볼’에도 헛스윙을 연발했다), 한화로선 어떻게든 경기 진행을 늦춰 5회초를 마치기 전에 노게임 선언을 이끌어내야 했기에 ‘억지 굼벵이’ 노릇을 감수했다. 장성호의 개인 6호 만루홈런(시즌 11호·프로 475호)도, 3회말부터 마운드에 올라 6회말 2사 2루까지 3.2이닝을 던지면서 한화 투수 마정길이 기록한 개인통산 한 경기 최다 6탈삼진도 모두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전인미답의 개인통산 2000탈삼진에 3개만을 남겨놓은 한화 송진우가 마정길 대신 마운드에 올랐더라면 어땠을까. 아울러 끝내 KIA의 6-1, 7회 강우콜드게임승(시즌 2호·프로 50호)이 선언되면서 허리 통증 때문에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한화 이범호의 현역선수 최다연속경기출장기록행진(615경기)도 끊겼다. 황소걸음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링’은 광우병 논란으로 요즘 한창 뜨거운 국회의사당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광주구장 전광판의 시계가 오후 8시56분을 가리키던 7회말 무사 1루서 폭우로 게임이 중단되자 열혈 KIA팬 일부는 1루측 내야석을 지켰지만 무수한 관중은 순식간에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광주|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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