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포스트게임]미국은평가에냉정하다

입력 2008-06-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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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이슈가 있다. overrated(과대평가)와 underrated(과소평가)다. 평가 대상은 지도자가 될 수도 있고, 팀이 될 수도 있다. 가령 LA 다저스 조 토리 감독이 뉴욕 양키스에서 월드시리즈를 4차례 우승했지만 overrated와 underrated됐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국에선 이런 평가를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친구에 친구를 거치면 상대를 알게 되는 작은 사회인 탓에 특정인을 overrated와 underrated로 구분짓기가 어렵다. 게다가 기자들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 매일 보는 얼굴(취재원)들이라 알면서도 평가를 할 수 없다.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 스포츠 감독 평가 모두 좋은 게 좋은 식이다. 그런 뒤 훗날 반성문 기사를 되풀이 해서 써야 하는 게 한국 실정이다. 미국은 다르다. 당장 이런 평가로 정확하게 사람의 됨됨이, 지도력, 능력 등을 파악해 국민이나 팬들에게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국내 스포츠에서 지도자를 ‘과대평가돼 있다’ ‘과소평가받고 있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적은 없다. 지장, 덕장, 용장, 맹장 등 애매모호한 수식어로 평가하는 정도다. 사실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의미로 종종 쓰이는 지장을 부정적으로 보면 약삭빠른 지도자가 된다. 덕장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무뇌아 스타일이 될 수 있다. 용장이나 맹장은 폭력도 불사하는 무식함을 일컫게 된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선수들에 대한 동기부여 등으로 평가하면 되는 데 스타일로 평가해버린다. 물론 지도자의 절대평가는 성적이다. 그러나 진정한 최고 지도자와 우승과는 별개다.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 빌 벨리칙 감독은 지난해까지 NFL 최고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차례나 팀을 슈퍼볼 정상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상대 수비시그널을 비디오로 담아 훔쳐본 ‘스파이 게이트’가 폭로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현역 최고 지도자라는 수식어를 이젠 달지 못한다. 국내 스포츠 지도자 가운데 가장 평가가 어려운 게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각 종목마다 대부분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은퇴 후 지도자 길을 걷는다. 야구 선동열, 축구 차범근, 농구 허재 등 당대 대한민국 스포츠계를 주름잡았던 스타들이 이제 다 지도자다. 특히 스타 출신 지도자들은 여건이 좋은 팀에서부터 출발한다. 팀 자체가 어느 정도 전력을 갖추고 있다. 기자들은 누가 과대평가된 지도자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냥 지나친다. 냉정한 평가 뒤 후폭풍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선수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ESPN의 야구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슨 스탁스는 ‘The STARK Truth’라는 야구책을 발간했다. 소제목은 ‘The Most Overrated & Underrated players in Baseball History(야구 역사상 가장 과대평가된 선수와 과소평가된 선수)’다. 물론 이 책은 스탁스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기자는 글을 쓸 때 항상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스탁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투수로 역대 탈삼진 1위(5714개)에 랭크돼 있는 놀란 라이언과 ‘황금의 왼팔’로 통했던 샌디 쿠팩스, 케리 우드 등을 꼽았다. 과소평가된 투수로 밥 펠러, 베이브 루스, 후안 마리샬, 존 스몰츠 등을 거론했다. 국내 투수 가운데 스탁스의 방식대로 가장 underrated된 야구감독과 투수를 꼽는다면 김영덕 감독과 김시진이 아닐까. 문 상 열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 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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