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의유로2008리포트]마법풀린히딩크, 3가지이유있다

입력 2008-06-1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취리히에서 차를 몰고 알프스를 넘어 인스부르크 티볼리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스페인과 러시아의 경기를 관전했다. 힘들게 찾아온 경기장에서 본 광경은 완전히 스타일 구긴 히딩크의 모습이었다. 더욱이 이날 경기장은 비로 흠뻑 젖었는데, 그게 히딩크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히딩크의 마법을 저지한 인물은 바로 아라고네스 감독이다. 스페인 축구계의 간절한 바람인 메이저대회 부진 징크스를 깨기 위해 총대를 맨 다혈질의 아라고네스가 이날의 승자였다. ‘위대한 전술가’ 히딩크는 전술 운용에 관한 세계 최고수 중 한명으로 꼽힌다. 또한, 철저한 정신무장을 통해 최고의 경기력을 이끌어낼 뿐아니라 선수 장악력에서도 탁월한 지도자다. 그렇다면 패인은 무엇일까. 이번 유로 2008의 경기당 패스 성공률은 평균 75를 웃돈다. 하지만, 러시아의 패스 성공률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러시아의 경기 수준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예 이번 대회 출전국 중 최약체로 평가받을 만한 경기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술운용의 실패, 교체선수 활용의 엇박자, 그리고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과 함께 득점운도 따르지 않았다. 러시아 선수들이 아직 히딩크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필자는 지도자로서 존경하는 히딩크와 경기장면이 한눈에 들어오는 본부석 반대편 중앙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벤치의 독려와 경기 상황에 대처하는 그를 눈여겨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여전히 심판 판정에 대한 강한 제스처와 벤치 옆에 있는 대기심에게 말 걸기, 코치진으로 하여금 선수들을 독려하게 만드는 코칭스태프의 인화된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고 0-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턱을 괴고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코치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라커로 들어가는 모습에서 후반전에 대한 비책을 마련한 듯 보였다. 누굴 쉬게 하고, 누굴 들여보내며 포메이션, 경기패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수비를 보완하고 득점까지 생각해야하는 문제 해결방안은 무엇이었을까. 얼핏 떠오른 생각은 이랬다. 2골 차로 리드하고 있는 스페인의 안주하는 소극적 플레이를 감안한 적극적인 숫자 동원이 이루어질 것이라 상상했다. 그러나 다른 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되어 들어간 블라디미르 비스트로프를 또다시 교체한 것을 보면 신중함에 있어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제대로 마법이 걸리지 않았다고나 할까. 예선전에서 이스라엘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본선 진출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점에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눌러주는, 타의에 의해 본선 티켓을 타낸 그를 일부 비평가들은 순전히 ‘운발’ 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도 실력을 갖춘 사람에게만 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할 때 또 다른 운이 따라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직 예선 2경기가 남은 것을 염두에 둔다면 8강행 마법을 부릴 시간은 충분하다. 그 마법을 보고 싶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