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엄마담엔꼭오래놀다가세요

입력 2008-06-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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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희 친정 어머니가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저희 아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달려가자 저희 어머니는 “오야 오야∼ 내 새끼! 귀여운 강아지 새끼!” 하고 반갑게 제 아들을 안고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거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어머니의 배낭은 뭘 그리도 꼭꼭 터져라 눌러 담아 오셨는지, 배가 불룩했습니다. 바구니에 다 쏟아 부었더니 ‘이 많은 게 어찌 저 작은 배낭 안에 다 들어갔을까’ 싶을 정도로 바리바리 싸셨습니다. 저는 나물이며 야채를 꺼내어 냉장고에 차곡차곡 정리하고, 저녁밥을 지었습니다. 제가 밥을 하는 동안 엄마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사람처럼 손바닥을 딱 치셨습니다. “하이고야∼ 내 정신 좀 보그라 이∼ 아하고 놀다가 깜빡 했구먼. 늬! 성 헌티 전화 좀 넣어 보그라 어여” 하셨습니다. 저는 경상도에 있는 첫째 언니한테 전화를 넣었는데, 괄괄한 큰 언니가 얼른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엄마를 바꿔드려서 두 분이 통화하는데, 언니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여기는 경상도라서 안 오는 거유? 거만 딸내미고 여는 딸내미도 아닌가 부네?” 하는 소리가 옆에 있는 저한테까지 다 들렸습니다. 그렇게 엄마는 저희 집 근처 사는 둘째 언니네, 서울에 사는 셋째 언니네, 그리고 여시 같은 막내한테까지 일일이 전화를 돌리셨습니다. 그 안부전화가 모두 끝나자, 엄마는 그제야 상에 앉아 식사를 하셨습니다. 저녁이 돼서는 퇴근하면서 들른 둘째 언니가 어머니를 모시고 언니네 집으로 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언니가 머리 끝까지 화난 목소리로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으이구∼ 내가 못 살어. 딸내 집에 왔으면 좀 놀다 가시면 어디 덧나냐? 그렇게 가실 거면 오시지나 말지!” 불평을 털어놓았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언니가 “엄마 갔어. 새벽 첫차로… 에이그! 내가 노인네 땜에 못 산다 못 살어∼” 하셨습니다. 칠순의 노인네가 왕복 2시간의 거리를 버스 타고 오셨으면, 며칠 쉬었다 가실 것이지 항상 그냥 가십니다. 친정 어머니는 늘 이런 식입니다. 지난번에도 이 문제로 둘째 언니랑 싸웠는데, 엄마는 그 때도 “늬들 눈엔 어떤지 몰라도, 나는 내 집이 최고로 좋아야∼∼ 거 앉아 있으면 대궐이 따로 없당께∼” 하셨습니다. 그리고 밭에 심은 농작물들 감자, 고구마, 콩, 고추… 이렇게 줄줄이 읊으시면서, 농사지으러 가셔야 한다고 일찍 집을 나서셨습니다. 손바닥만한 밭에 도대체 뭘 얼마나 심어 놓으셨기에 딸네 집에 더 계시지도 못 하고 가실 정도인지… 솔직히 그 날도 점심 때 나물 밥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부리나케 시골로 가셨다고 하니 섭섭했습니다.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칠순인 저희 친정 어머니가 이렇게 딸내미들 집을 순방하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항상 건강하십니다. 오시자마자 휑하니 가버리시는 건 서운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건강하셔서 저희 자매들 집을 오래 오래 놀러 다니시듯 찾아다니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다음엔 더 맛있는 거 해 놓고 기다릴 테니깐 꼭 오래 있다 가셔요∼∼∼” 충북 충주|정수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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