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체조이주형감독“공중동작때여유가지면‘골드착지’”

입력 2008-06-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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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 선수가 갑자기 철봉이 무섭고, 도마 위가 두렵고, 마루 위 백핸드스프링에 자신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 체조 남자대표팀의 이주형(35)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앞두고는 훈련이 무서웠다. 모든 것이 겁이 나 운동을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 감독은 “자신감을 찾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 덕분일까. 이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꿰고 있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서 현재의 컨디션을 파악할 정도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코치로 참가했던 이 감독은 조용조용한 성격이지만, 훈련할 때의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다. ○ 누구에게 기대를 걸고 있나 평행봉을 빼놓을 수 없다. 양태영(포스코건설), 김대은(전남도청), 유원철(포스코건설) 등 3명이 주축이다. 하지만 결승 쿼터는 2명 뿐. 그래서 이 감독은 고민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김대은은 스타트 밸류(시작 점수)가 높다. 이 감독은 “전체적으로 팀에 기여하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긍정적인 사고를 지녀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라고 칭찬한다. 양태영은 평행봉은 물론 도마와 개인종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감독은 “(양)태영이는 결혼 이후 훈련 집중력이 더 높아졌다. 본인 스스로 어떤 목표를 갖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도마는 감점폭이 적은 편인데, 태영이는 지난 해보다 0.4점이나 상승했다. 결승에 가면 골드도 가능하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유원철 또한 기량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철봉의 김지훈(서울시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프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지훈은 현재 스타트 밸류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감독은 “연기 내용이 괜찮아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골드를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14개의 금메달 중 6개 이상을 노리는 중국이 철봉에 약한 것도 행운이다. 마루에서는 김수면(한체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 어느 부분을 신경 쓰고 있나 이 감독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착지’이다. 메달 색깔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동작인 착지는 스윙을 이용하기 때문에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고 매트를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만 완벽해질 수 있다. 공중 자세에서 미리 착지를 준비해야하는데, 착지가 잘못되면 심판들은 이전 동작도 잘못됐다고 판단해 감점한다. 착지 순간 한발이 나가면 0.1의 감점이고, 손을 짚는다든지 엉덩방아를 찧는다면 골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체조선수들은 체력을 키우고 내리기 훈련을 반복한다. 이 감독은 착지 이외에도 심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연구하고 있고, 훈련 때는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정확한 동작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매일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고, 하루 두 번 이상 사우나를 하면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사우나는 몸 푸는 시간을 줄이고 컨디션 조절에 효과적이다. 또한 물 종류를 많이 마시고 소식을 하면서 체중 조절을 한다. ○ 판정시비나 텃세 걱정은 없나 체조에서 심판 판정은 2개의 그룹에서 한다. 기술 난이도를 따져 스타트 밸류를 매기는 2명의 A심판과 연기 내용을 보고 감점하는 6명의 B심판이 있다. 따라서 심판 판정 때문에 메달을 놓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물론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양태영에 대한 판정 미스는 극히 드문 예이다. 이 감독은 “중국이 홈이지만 텃세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또한 국제체조연맹의 감시의 눈길이 만만치 않고, 비디오 판독이 있어 판정 시비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실력으로 메달의 색깔을 가리게 될 것이다”면서“훈련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한번 미쳐봐라’고 얘기한다”며 웃었다. ○ 조 편성은 무난한가 일단 다행이다. 한국은 단체전에서 독일, 루마니아, 벨로루시, 두 개의 혼합국가 그룹과 3조에 편성됐다. 혼합국가 그룹은 올림픽단체전 자력 진출(12개국)을 이루지 못한 나라 선수들이 개인종합 출전을 위해 따로 팀을 만들어 나간다. 1조는 미국, 스페인, 세 개의 혼합국가그룹 등 6팀이, 2조에는 강력한 우승후보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6팀이 배정됐다. 따라서 최강국인 중국과 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의 일본을 피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 편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2004아테네올림픽 단체전에서 4위를 마크, 국제대회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낸 바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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