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VS조던‘닮은꼴’황제

입력 2008-06-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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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는 결승전에서 그 해 MVP를 수상한 칼 말론의 유타 재즈와 맞붙었다. 불스는 홈 코트에서 1,2차전을 승리했다. 유타도 홈에서 3,4차전을 이겨 시리즈 2승2패가 됐다. 5차전은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게임은 유타의 홈 경기장인 델타 센터에서 벌어졌다. 게임을 앞두고 조던은 심한 독감에 걸려 하루 종일 호텔방에서 머물렀다. 경기장에 갈 시간에 겨우 일어났다. 코트에 들어선 조던은 아픈 기색이 역력했다. 조던의 부진은 곧 시카고의 패배를 의미했다. 게임은 칼 말론-존 스탁턴의 유타에게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조던은 포기하지 않았다. 심판이 타임아웃을 불 때마다 동료 스코티 피핀의 부축을 받았던 조던은 38득점-7리바운드-5어시스트-3스틸로 팀의 90-88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는 3승2패가 됐고 불스는 결국 4승2패로 통산 다섯 번째 NBA 정상을 밟았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그 유명한 ‘독감(Flu)게임’이다. 우즈는 지난 4월 마스터스 대회가 끝난 뒤 무릎 수술을 받았다. US오픈 출전은 다소 무리로 보였다. 전문가들도 2개월의 공백 후유증을 예상했다. 2년 전 아버지 얼 우즈의 사망 뒤 출전한 US오픈에서 컷오프를 당한 것을 상기시킬 정도였다. 당시도 2개월 공백이 있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2008 US 오픈에서 우즈는 고전했다. 강한 샷을 날릴 때마다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다리를 절룩거렸다. 특히 토리파인스 남코스는 역대 메이저 대회 사상 가장 긴 7643야드였다. 파워풀한 스윙을 하는 우즈에게는 무게중심을 옮길 때마다 무릎 통증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즈는 역시 황제였다. 3라운드 17번, 18번 홀에서 버디와 이글로 3언더파를 만들며 단독 선두로 올라서서 우승 가능성을 내비쳤다. 4라운드에서는 1,2번 홀에서 3오버파로 무너져 이븐파에 그치더니 마지막 18번 홀에서 극적인 버디 퍼트로 게임을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US오픈 역사상 33번째 치러지는 연장전에서도 우즈는 17번 홀까지 45세의 베테랑 로코 미디에이트에게 1타차 뒤졌다. 그러나 18번 홀에서 극적인 버디로 71타 동타를 이룬 뒤 이번 대회의 91번째 홀인 서든데스 첫 번째 홀에서 이겨 자신의 통산 세 번째 US오픈 타이틀 주인공이 됐다. 조던과 우즈 두 황제의 공통점이다. 2년 전 여론조사를 통해 미국 스포츠 사상 가장 ‘압도적인 선수(Dominated Player)’를 꼽으면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1위였다. 그가 NBA에서 거둔 통산 6차례 우승과 숱한 클러치 슛은 이 평가에 딱 어울렸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똑같은 질문에 미국의 팬들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그 자리에 올려놓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2위의 홈런왕 행크 애런마저도 “우즈만큼 미국 스포츠를 평정한 선수도 없다”고 높게 평했다. 농구와 골프는 팀 스포츠와 개인 종목으로서 특성이 다르지만 조던과 우즈가 코트와 필드에서 보여준 신기의 플레이들은 ‘황제’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제108회 US오픈 골프 챔피언십에서 우즈의 클러치 플레이는 골프에 관심이 없는 팬들도 그의 매력에 푹 빠질 정도로 신기에 가까웠다. US오픈 역사상 한 대회에서 가장 많은 이글(3개)을 작성했고, 사흘 연속 18번 홀에서 이글-버디-버디로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한 주인공이 바로 서른 두살의 우즈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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