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엄마의다른생각]현실과동떨어진‘TV속이혼모편견’

입력 2008-06-20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이혼한 여자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 세상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 새로운 남자를 만나서 행복한 결혼을 한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것을 보면 세상 별로 변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결국 짝짓기의 새로운 소재로서만 이혼녀를 다루는 것 같아 씁쓸하다. 드라마가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는 힘이 없다. 더군다나 그것이 반복될 경우에는 식상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전형적으로 반복되는 시나리오는 나쁜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보상해줄만한 착한 남자를 만난다는 설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 남편은 바람을 피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등 반드시 나쁜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래야만 이혼녀인 여주인공이 용서되고 다음 사랑에 정당성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일단 이혼녀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되어야 안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문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혼녀 앞에 새로 나타나는 남자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한결같이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와 문제가 없는 것일까? 아이 문제는 이혼하는 과정에서도 이혼한 후에도 가장 관건이 된다. 부모라는 것이 그렇다. 아이를 낳은 이상 그 아이와의 관계가 다른 모든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엄마에겐 아이가 전부이고 아이만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아이로 인해 사고와 감성과 시각이 변한다는 얘기다. 나의 경우에는 모든 대상의 어른 중심적이고 위계적인 요소들에 대한 민감도와 기준이 높아지고 중요해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히려 예전 드라마들이 훨씬 더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것이다. 치열하고 각박하고 전쟁 같은 이혼의 과정과 이혼 후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아이 때문에 재혼의 갈등을 겪는 현실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물론 드라마가 고통스런 현실을 일깨워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현실을 잠시 외면하거나 잊고 싶어서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해피엔딩은 신데렐라 스토리 따위의 수준은 아니다. 이왕 픽션이려면 좀 더 근본적인 해피엔딩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드라마 시청자의 다수가 여성임에도 여성들의 현실과 욕망을 파악하지 못하는 드라마가 계속 생산되는 현상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후진적인 사회인지 말해준다. “이혼녀들은 이렇겠지?”라고 맘대로 판단하기 전에 이혼한 여성들에게 제발 좀 물어보라. 그리고 잘 들어보라. 듣기 연습은 제대로 안되어 있고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것이 대한민국 매체의 모습이다. 윤 재 인 비주류 문화판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프리랜서 전시기획자, 학교를 다니지 않는 17살 된 아이 와 둘이 살고 있다. 각자 생긴 대로, 자신의 속도 로 살아가도 굶어죽지 않을 방법을 모색 중이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