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엔[   ]이없다

입력 2008-07-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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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는데 유독 한국에만 없는 게 있다. 바로 베테랑의 투혼이다.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의 르뱅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베테랑 헬렌 알프레드손(스웨덴)이 최나연(21·SK텔레콤)과 안젤라 박(20·LG전자)을 연장 끝에 꺾고 5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알프레드손의 나이는 최나연과 안젤라 박,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43세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는 후쿠시마 아키코(35)의 활약이 눈부시다. 아키코는 지난 20일 끝난 JLPGA투어 스탠리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상금순위 맨 꼭대기를 점령했다. 알프레드손과 아키코의 활약을 ‘어쩌다 한번’ 있는 일쯤으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국내 투어에선 ‘어쩌다 한번’도 없다. JLPGA투어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완전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미야자토 아이(23)를 비롯해 고가 미호(26), 우에다 모모코(22), 요코미네 사쿠라(23) 등 신세대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후도 유리(32) 핫토리 미치코(40) 등 전통의 강호들이 쇠락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서른다섯의 노장 후쿠시마 아키코가 전성기를 뛰어넘는 환상적인 플레이로 신세대 스타들을 따돌리고 상금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시즌이 끝날 경우 아키코는 1997년 이후 11년 만에 JLPGA투어 상금여왕에 오른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도 2000년대 중반부터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됐다. 송보배(22·슈페리어)와 신지애(20·하이마트)라는 걸출한 신예들이 대거 등장하고, 정일미(36), 강수연(32), 이선희(34) 등 그동안 국내 무대를 주름잡던 스타들이 LPGA투어로 자리를 옮기면서 순식간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세대교체는 다른 느낌을 준다. JLPGA투어가 세대교체 속에서도 후쿠시마 아키코 같은 노장들의 활약이 계속되고 있는 반면, KLPGA투어는 노장들의 활약이 부진하다. 상금순위 명단에서 30, 40대 선수들의 이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노장들의 활약이라고 해봐야 겨우 예선을 통과할 정도다. 간간이 반가운 얼굴들이 주말 경기에 동참하지만 이내 들러리로 전락하고 만다. 신지애, 김하늘, 유소연 같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으로 골프팬들은 즐거워한다. 그러나 여기에 노장들의 활약까지 더해진다면 투어는 더욱 박진감 넘치고 활력을 띠게 될 것이다. 후쿠시마 아키코 활약은 한국선수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1998년 LPGA 투어에 진출한 아키코는 2002년 이후 자국 투어에 더 많이 출전하고 있다. LPGA투어에서 자신의 설 자리가 좁아지자 주저 없이 복귀를 선택했다. 국내 선수들 중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LPGA로 떠난 스타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그 중 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간신히 시드를 유지하며 힘겨운 투어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국내 복귀를 미루고 있다. 자존심 때문이다. 국내로 복귀한다고 해도 까마득한 후배 선수들과 뒤섞여 시드전부터 다시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당하지 못한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보다 큰 무대에서 뛰었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 복귀한다고 해서 나무라거나 비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건 아니다. 아키코처럼 복귀 후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다면 후배들의 귀감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서재응, 송승준, 최희섭 등은 국내 프로야구로 돌아와 좋은 활약을 보이며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팬들은 스타를 원한다. 새로운 스타도 좋지만, 친숙한 왕년의 스타라면 더 좋다. 우리에게도 후쿠시마 아키코와 같은 스타가 있다. 아직도 국내에는 그들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아키코처럼 상금여왕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무대에서 더 많은 노장 선수들이 후배들과 멋진 샷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후반기에 기대해 본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답 : 베테랑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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