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남매임수정·손태진의데자뷰“매일밤金꿈…그래서금땄나”

입력 2008-08-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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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에 섰다.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매일 밤마다 만나던 장면. 데자뷰였다. 혹시 이것도 꿈이면 어쩌나. 이제 일어날 시각이라고 누가 날 깨우지는 않을까. 그래서 임수정(22·경희대)은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임수정은 중학교 때부터 큰 경기 전에는 큰 꿈을 꿨다. 소년체전 결승을 앞두고 금을 캐는 꿈을 꿨고, 꿈은 현실이 됐다. 금 따는 꿈을 이미 많이 꾸어두었기 때문일까. 자신의 생일이었던 20일에는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덕분에 다음 날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손태진(20·삼성에스원)은 꿈속에서 임수정과 나란히 도복을 입고 산길을 뛰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임수정을 바라봤다. “누나, 우리 이렇게 고생하는데 정말 금메달 따겠지?”, “야, 당연하지!” 그렇게 태극남매는 세계 정상에 섰다. 예지몽은 느닷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한 체육과학연구원(KISS) 김용승 박사는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인지치료의 효과”라고 했다. 임수정은 “결승전까지 단 한번도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손태진, 임수정은 결승에서 모두 종료 직전 황금 발차기를 날렸다. 승리에 대한 각인효과는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했다. 태극남매는 아예 한술 더 떴다. 임수정은 “금메달은 땄지만 그간 연마한 화려한 얼굴 발차기를 못 써서 아쉽다”고 했다. 손태진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금메달을 따겠다”며 자신감을 밝혔다. ‘꿈꾸는대로 하면 되는’ 한국태권도의 힘이었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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