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강승원음악감독“18년째가수들‘놀이터’만들고있죠”

입력 2008-08-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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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즈음에’만든작곡가출신·노영심부탁방송계진출·취미로시작한일이직업으로
“가수들이 신나게 노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죠.” 1991년부터 ‘노영심의 작은음악회’부터 ‘이문세 쇼’, ‘이소라의 프러포즈’, 그리고 ‘윤도현의 러브레터’까지. KBS를 대표하는 네 음악 프로그램을 뒤에서 조용히 지킨 사람이 있다. 바로 강승원(50) 음악감독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강 감독은 18년 동안 이 음악 프로그램에만 매달렸다. 원래 그는 김광석의 불후의 명곡 ‘서른즈음에’를 작사 작곡하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광고음악도 만든 작곡가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 1시 여의도 KBS공개홀에선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리허설이 한창이다. 연출을 맡은 류명준 PD와 강 감독이 무대 위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다. 조용히 음악을 듣던 강 감독은 마이크를 잡더니 한 연주자에게 “악기의 소리가 작다”고 지적했다. 이어폰도 없이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어떻게 그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안 들리는 사람이 더 이상한 거지”라고 한다. 6시간가량의 리허설이 끝난 뒤 대기실에서 강 감독 만났다. 그는 본 촬영이 들어가야 비로소 자신의 역할이 끝난다고 한다. 음악이 조율이 맞지 않거나 긴급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노영심과의 인연으로 시작한 일, 이렇게 오래할 줄이야” 연출, 작가, 스태프 등 4개의 프로그램을 거쳐 간 사람만 수십 명이지만 강 감독만은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9년 작은 음악 스튜디오를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노영심이 찾아왔어요. 동물원과의 인연 때문에 알게 됐는데 곧 음악 프로그램을 하나 맡을 것 같다며 일을 도와달라고 했어요. 고민 끝에 그 때부터 음악 감독 일을 맡게 됐죠.” 한 가지 일을 이렇게 오래하면 지겹지 않았을까. “취미처럼 시작한 일이 이젠 밥벌이가 돼 버렸어요. 일이 재미있으니깐 하지, 지금도 가수들이 무대에 서면 내가 더 떨려요, 하하.” 강 감독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며칠 전 PD, 작가, 가수와 함께 회의를 한다. 이 자리에서 어떤 노래를 부르고 어떤 얘기를 나눌지 결정한다. 강 감독은 이 때 가수들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추천하고 곡이 정해지면 연습을 시킨다. 이후 1차 리허설을 갖고 또 한번 스튜디오에서 본방송처럼 리허설을 갖는다. 얼마 전 ‘러브레터’가 300회 특집을 맞았다. 햇수로 6년이다. 감회를 물어보니 별거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건데 매일 하는 일 처럼 일상 같아요. 그래서 감회랄 것도 없죠. ‘이소라의 프러포즈’도 300회는 넘었는데, ‘러브레터’가 조금 있으면 더 길게 하는 셈이에요.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덤덤하게 보내는 일상 같은 겁니다.” ○“무대와 호흡하는 관객이 제일 중요한 손님” 강 감독은 음악 감독이 거창한 일을 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말했다. 단지 가수들이 역량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이라고 했다. “가수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놀이터가 되는 것은 내 손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그 날 가수들과 관객들의 호흡이 가장 중요합니다. 관객과 가수들의 조화가 잘 어우러지면 그 날 무대는 대성공이에요.” 음악이 잘 준비되고 가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이라고 해도 관객의 반응이 좋지 않을 때는 무대가 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노래 잘하는 신인 나왔을 때 가장 행복해” 지금은 가수 뒤에서 그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무대를 만들어주지만 그도 한 때는 그룹 ‘우리 동네 사람들’에서 활동했던 가수였다.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는 원래 ‘우리동네 사람들’의 노래다. ‘서른 즈음에’는 1990년 이후 노래 가운데 최고의 노랫말로 선정되기도 했다. 노래 잘하는 신인이 나왔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강 감독은 “음악시장이 과거와 달리 불황이다 보니 유명 가수보다 신인들의 자리가 좁아서 안타깝죠. 이런 상황에서 노래 잘하는 신인가수들이 나오면 귀가 번쩍 뜨일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음악감독 입장에서 볼 때 “라이브가 아쉽다”라고 생각하는 가수를 물어봤다. “최근 한 남자가수가 출연해 오히려 이미지가 깎이는 손해를 봤다. 가수 소속사 측에서 판단을 잘 못한 것 같다. 최근에는 그 가수만 빼고 별다른 무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고로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누굴까. 그는 이 의문에 “우리나라 가수 중에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얼마나 많은데 그러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다만 “‘러브레터’에서 한번도 노래하지 않은 가수가 임재범이다. 꼭 한번 무대에 세워보고 싶다”고 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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