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1분은언니들의몫”대한민국울린우생순감銅

입력 2008-08-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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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철감독종료직전작전타임…오성옥·홍정호등노장7인투입
33-27. 남은 시간은 1분. 한국의 동메달은 확정적이었다. 임영철(48·벽산건설)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렀다. “너희들이 이해해야 돼. 언니들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3-4위전을 책임진 젊은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이며 임 감독은 어깨를 두드렸다. 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골키퍼는 오영란(36·벽산건설), 센터백은 오성옥(36·하포뱅크), 레프트백 문필희(26·벽산건설), 라이트백 홍정호(34·오므론), 라이트윙 박정희(33·벽산건설), 레프트윙 안정화(27·대구시청), 피봇은 허순영(33·오르후스). 10년 넘게 한국여자핸드볼을 지켜온 7인은 그렇게 1분을 지켰다. 노르웨이와의 4강전을 판정문제로 잃었지만 그녀들은 “지지 않았다”고 했다.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무엇 하나 목에 걸지 않고서는 목을 내놓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리생애 최고의 동메달이었다. 오성옥과 오영란은 부둥켜안고 한동안 서로를 놓아주지 않았다. 함께 뛴 4번의 올림픽.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둘은 “이제 가족들에게 미안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성옥의 아들은 열두살.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엄마를 둔 덕에 철이 빨리 들었다. 이제는 엄마가 사라지면 ‘우리 엄마가 큰일 하러 가나보다’하고 칭얼대지도 않는다. 오영란의 딸은 두살. 엄마가 팔을 벌리고 공을 막을 채비를 하면 딸은 아장아장 TV쪽으로 기어간다. 그리고 엄마를 부르며 TV를 안는다. 34세에 본 늦둥이 생각에 엄마는 하루라도 딸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경기가 안 풀린다. 이제 둘은 자식에게 못 다 준 사랑을 주러 떠난다. 둘의 공백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오성옥은 직격탄을 날렸다. “한 두 사람의 힘으로 쌓아온 한국핸드볼이 아닙니다. 다음 올림픽에서 후배들이 금메달을 따 주리라 믿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오영란이 부진할 때면 이민희(28·용인시청)가 거미줄을 쳤다. 오성옥의 힘이 달릴 땐 김온아(20·벽산건설)가 상대 골문을 두드렸다. “실업팀만 더 생긴다면, 더 좋은 여건에서만 훈련할 수 있다면….” 떠나는 순간까지 맏언니들의 마음은 코트를 향했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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