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에 계신 시어머니 댁으로 두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당에 사마귀 한 마리가 떡 버티고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징그러워서 “얘들아 얼른 가자∼ 할머니께 얼른 가서 인사드려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아홉 살인 둘째는 온 신경을 사마귀에 쏟으며 사마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기어이 그 사마귀를 잡더니만 곤충채집 바구니에 넣어버렸습니다. 저는 징그럽다고 빨리 풀어주라고 했지만, 아들 녀석은 그 사마귀를 키우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그 다음 날, 아이들을 데리고 아버님 산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절을 올렸는데 둘째는 절을 올리자마자 풀숲으로 들어가더니 온 사방을 헤집고 다니며 나올 생각을 안 했습니다. 제가 얼른 나오라고 야단을 쳤더니 그제야 몇 마리 잡아온 메뚜기를 사마귀에게 주며 “오늘은 이것만 먹어. 내가 내일 아침엔 더 맛있는 거 줄게” 하는 겁니다. 마치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다루듯 우리 아들은 사마귀를 너무나 예뻐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음 날, 이번엔 강원도 평창에 있는 남편 친구가 한번 놀러오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차를 몰고 강원도로 가는데, 제가 아들에게 “사마귀는 여기 시골에서 살아야 하잖아. 우리 풀어주고 가자” 하고 몇 번을 설득했지만 아들은 끝까지 곤충채집 바구니를 꼭 안은 채 차에 탔습니다. 전 사마귀가 너무 싫어서 어떻게든 버리려고 기회만 엿봤는데, 아들은 절대 틈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창에 도착하자마자 또 사마귀 먹이를 구해야 한다며 풀숲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며칠 지내다가 제 고향 양양이 근처에 있으니 친정아버지 산소나 들렸다 가자고 남편을 설득했습니다. 이번엔 평창에서 양양으로 향하게 됐는데, 저희 아들! 양양에 가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이를 잡으러 다녔습니다. 양양에서 머무는 사흘 동안 아침저녁으로 사마귀 먹이를 잡느라 바빠 보였습니다. 드디어 집에 돌아가는 날, 저도 도저히 안 돼서 “사마귀 더 이상은 못 데려 가! 지금부터 이 풀숲에 풀어주고 가” 하고 단호하게 말했더니 저희 아들이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형아는 지난번에 키우게 했으면서 나는 왜 못 키우게 해요” 라고 물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몇 년 전에 큰아이가 시골에서 커다란 사마귀를 잡아와서 저랑 매일 싸웠던 기억이 났습니다. 어쩔 수 없이 둘째에게도 가을까지만 키우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날씨도 선선하고 이제는 사마귀를 놓아줘도 될 것 같습니다. 아들에게 “이제 사마귀를 놓아주자”고 얘기를 해봤는데, 우리 아들이 가을엔 단풍잎이 들어야 한다면서 절대 놓아줄 수 없다고 합니다. 올 여름 사마귀 키우는 아들 때문에 너무 더웠는데, 언제쯤 저희 아들이 생각하는 가을이 올까요. 빨리 단풍잎이 빨갛게 물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 고양 | 함영화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