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선생님여전히멋있으세요!

입력 2008-09-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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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아침 이어폰으로 ‘행복한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재봉 일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라디오를 듣게 된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제는 하루라도 이 방송을 듣지 않으면 해야 할 일을 다 안 한 것 같고, 마음이 허전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주 기쁜 일이 있어서 제가 이렇게 사연도 쓰게 됐습니다. 그 날도 제가 힘든 일을 마치고 막 퇴근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리는 겁니다. 전화를 받았더니 고등학교 때부터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던 한 친구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금자야∼ 너 우리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생각나? 왜 키도 크고 꽤 잘생겼던 분이잖아.” 제가 당연히 기억난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나 방금 그 선생님 만났다. 글쎄 그 분이 우리 아들 담임 선생님이신 거 있지? 내가 그 동안 학교를 못 찾아가서 몰랐는데, 이번에 갔다가 뵙고 어찌나 반갑던지… 내가 우리 동창들 다 불러서 저녁 한 끼 대접하겠다고 약속 잡았는데, 너도 올 거지?” 라며 당부했습니다. 그래서 저녁 약속을 한 뒤 바로 그 날 흥분된 마음으로 꽃단장을 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2시간이나 걸리는 약속장소로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식당에 들어서서 선생님을 뵙는 순간! 어쩌면 시간이 흘렀는데도 꼭 엊그제 만났다 헤어진 것처럼 그렇게 느껴질까요? 키도 크시고, 여전히 핸섬하시고 몸은 옛날보다 약간 살이 더 찌긴 하셨지만, 그것 말고는 예전 모습 그대로셨습니다. 진짜 신기한 건, 어쩌면 그렇게 옛날 일들을 하나도 잊지 않고 다 기억해 내실까요? 그 모습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저희들은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 하고, 밤에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좀 특별한 학생들이긴 했습니다. 선생님도 어찌나 열정이 많으셨는지, 체육대회며 합창대회 모두 1등을 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때 합창대회 연습하면, 음치인 제가 항상 지목을 당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걸 다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 학교에 못 나오는 아이들을 찾아가 일일이 신경 써주고, 방문도 해주셨던 기억도 났습니다. 그 때 너무나 아쉽게도 선생님은 딱 1년 만 근무를 하시고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셨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추억을 함께 하지 못 했습니다. 어쨌든 그 때 얘기를 하며 수다를 떠는데, 어쩌면 시간이 흘렀는데도 저희는 여전히 선생님 앞에서 마냥 어린 학생들이 되었습니다. 선생님도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셨습니다. 어느 덧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을 때, 저희 동창들은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습니다. 그때 그 시절 힘들고 어려웠던 날들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고 용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친구들아 우리 선생님 다시 만나는 날 그 날을 위해 파이팅하자!! 또 보고 싶다 친구들아∼!!” 서울 양천 | 김금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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