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1박2일’해프닝과야구장응원문화 

입력 2008-09-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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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야구를 보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감독이라도 된 것처럼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작전도 구상해보고 분석을 하는 게 한가지라면, 다른 하나는 주위사람들과 어울려 경기장 자체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10시즌 동안 거의 매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가장 짜증나는 게 있다면 바로 파도타기 응원이었습니다. 마음은 조용히 집중하면서 보고 싶은데 주위가 소란하면 아무래도 정신이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파도타기 응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경기 분위기와 흐름을 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얼마전 한 방송사의 ‘1박2일’팀이 사직경기장을 찾았다가 논란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해프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 뉴욕 메츠-플로리다 말린스의 경기 도중 갑자기 강아지 (상근이 만한 골든리트리버) 한마리가 경기장을 마음껏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8회말이 끝나자마자 등장한 이 강아지의 뒤를 쫓는 사람은 어딘가 낯이 익은 여성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니퍼 애니스턴과 오웬 윌슨 주연의 영화‘Marley & Me’ 촬영 장면의 일부였습니다. 9회초 공격이 시작되기 전 시간을 잠깐 빌려 한컷을 촬영했던 것이었고요. 이 한컷에 소요된 시간은 2분 정도였습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특별한 사고는 없었고 선수들도 재밌어했고 관중들에게는 보너스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게 당시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2005년 개봉한 ‘Fever Pitch’라는 영화도 야구장을 활용한 영화였습니다. 2004년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가 우승을 하면서 시나리오가 바뀌었다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들이 레드삭스 우승 순간 필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연출이 아닌 실제 우승하는 순간 촬영된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보스턴 지역에서 만큼은 성공했다고 합니다. 저처럼 ‘조용한 관전’도 좋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벤트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응원문화에 절대선은 없는 것 같습니다. 관중들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일 텐데 저는 파도타기를 싫어하지만 조카들은 무지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1박2일’팀이 설사 경기를 지연시켰다 하더라도 평상시 야구의 열기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에게 방송을 통해서 소개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만약 롯데가 올시즌 우승을 하고 그 우승 순간을 ‘1박2일’팀이 마운드에서 같이 한다면 그 때의 반응은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스포츠동아 Special Contributer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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