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에 이어 국지전도 승리했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의 ‘매직’이 시즌 막판에 빛을 발하고 있다. 마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로이스터 매직에 비견될 정도로 파괴력이 엄청나다. 포항은 2일 K리그 2군 준결승에서 성남을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고, 경남을 3-1로 꺾은 인천과 정상을 다툰다. 정규리그-컵 대회-2군 리그 등 정규리그 선두 성남에만 3연승이다. ‘파리아스 매직’의 원천을 살펴본다. ○두 얼굴을 가진 파리아스 파리아스는 포항 선수들 사이에서 ‘두 얼굴을 가진 사내’로 통한다. 평소 ‘자율’을 강조하는 한편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창의력’을 심어주기 위해 자율 훈련을 추구하지만 일단 실전에 접어들면 180도 달라진다. 개개인에게 매 순간 필요한 움직임을 지시한다. 대개 지도자들은 주장이나 고참 선수를 불러 전체 전술을 지휘하지만, 파리아스는 전체를 아우르는 동시에 각각 필요한 포지셔닝을 따로 주문한다. 이를 두고 포항 관계자는 “바둑판을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사실 파리아스는 ‘맞춤형’ 플레이를 선호한다. 세트피스를 강조하는 것도 그 이유다. 하루 2차례 훈련을 하면 그 중 반나절은 세트피스에 집중한다. 선 굵은 패스보다 정확하고 짧은 패스를 활용하는 남미식 콤팩트 축구도 주문한다. 신주현 포항 주무는 “파리아스는 실수는 용납해도 생각 없는 패스는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1,2군 고른 활용의 용병술 ‘된장찌개’를 즐기는 파리아스는 외국 감독답지 않게 합숙을 좋아한다. 경기를 며칠 앞두고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훈련 외에도 필요하다 싶으면 선수들을 불러들인다. 시즌 초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예선에 탈락했을 때, 무더위로 팀이 하락세를 보일 때, 전지훈련을 떠나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칭찬보다는 질책이 많다는 게 신 주무의 얘기지만 그만큼 카리스마가 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호랑이 선생님’의 모습만은 아니다. 선수들과의 교감은 파리아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무기다. 부부, 애인 동반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는다. 선수들에 대한 무한 신뢰도 큰 장점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황재원이 여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 구단은 ‘명예 훼손’을 우려했으나 파리아스는 “경기와 사생활은 별개”라며 계속 기회를 부여했다. 또 자칫 소외될 수 있는 2군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고,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을 통해 1, 2군을 고루 활용하는 용병술을 펴 모두가 희망을 갖게끔 한다. 성남과 2군 경기에 출전했던 한 선수는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누구나 고른 기회를 제공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