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애프터]유원지서훈련…“우리는꿈꾸는잡초”

입력 2008-10-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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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어린 카누선수들은 이순자를 보면서 꿈을 키운다. 이순자는 2000년부터 전국체전 K-1 500m 종목에서 8연패를 달성한 한국 카누의 보배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한국카누사상 최초의 올림픽 자력진출 선수라는 이력도 추가했다. 이순자는 “올림픽 이후에는 내가 카누선수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K-1 500m 선수라고 하면, 무슨 격투기 선수인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순자를 통해 카누를 알게 된 사람들도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세계무대에 대한 꿈은 더 강렬해졌다. 이순자도 한국에서는 소문난 ‘몸짱’이지만 서양 선수들 앞에서는 주눅이 들었다. 체격적인 격차는 분명했다. 하지만 이순자는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이라고 했다. 어릴 적부터 레저스포츠로 카누를 즐기며 물 감각을 익힌 선수들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한 철 메뚜기에게 눈밭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없듯, 국내무대 만으로는 더 큰 꿈을 꿀 수가 없다. 이순자는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을 외국으로 카누유학을 보낸다면 한국 카누도 더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각박하기만 하다. 국제규격에 맞는 카누 경기장은 미사리 한 곳뿐. 이 날도 전북체육회 선수들은 레인도 분명하지 않은 유원지에서 훈련을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돌아오면 17평짜리 공간에서 5명이 생활을 해야 한다. 이순자는 “우리는 잡초”라고 했다. 이름은 없지만, 생명력은 긴. 잡초는 2010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꿈꾼다. 그 때는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피어날 것이다. 어렵지만, 힘들지만 그녀는 한국카누의 희망이니까. 군산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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