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의달인으로거듭나고있는골키퍼이운재

입력 2008-10-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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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재의 승부차기 방어 능력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던 경기였다. 수원 삼성은 8일, 지난 시즌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쓰디쓴 패배를 안겼던 포항 스틸러스와 프로축구 컵대회 4강전에서 맞붙었다. 2007시즌 정규리그를 2위로 끝마쳤던 수원은 ´파리아스 매직´의 희생양이 되며 우승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화끈한 설욕을 다짐하며 이번 경기에 임했던 수원이지만 경기력은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올 시즌 52골을 기록 중인 수원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포항의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공략해내지 못했다. 전·후반 90분과 연장전까지 이어진 공방에서도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 수원은 결승 진출의 운명을 11m 잔인한 승부차기에 맡겼다. 긴장이 될 만한 상황이었지만 수원 선수들과 차범근 감독의 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마치 ´우리들에게는 이운재가 있다´고 외치고 있는 듯 했다. 그들의 생각처럼 수원에는 이운재가 있었다. 그리고 이운재가 경기를 마무리했다. 120분 내내 안정적인 방어를 선보였던 이운재의 활약은 승부차기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상대 1,2번째 키커의 방향도 맞추지 못한 채 두 골을 허용한 이운재는 3번째 키커 황지수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이운재의 진가는 에두의 실축으로 분위기가 가라 앉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빛났다. 그는 베테랑 김기동의 킥까지 막아냈다. 박현범의 골로 3-2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포항 마지막 키커 스테보와 맞선 이운재는 스테보의 움직임을 간파한 뒤 안전하게 공을 잡아내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120분간의 지루했던 공방전은 이운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골대 뒤에서 숨 죽인채로 지켜보고 있던 수원 서포터즈들은 이운재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활약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이운재는 중요한 경기의 승부차기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2002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호아킨의 킥을 막아내며 4강 신화의 발판을 마련했던 그는 2004 K-리그 챔피언결정전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마지막 키커로 나선 라이벌 김병지의 킥을 잡아내며 차범근 감독에게 리그 우승컵을 선물했다. 연이은 승부차기 선방의 비결로 이운재는 욕심을 버린 초심 유지를 꼽았다. 이운재는 ″골키퍼 자리에는 어떤 선수가 선다해도 꼭 막아야 한다는 욕심을 갖게 된다″면서 ″하지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욕심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줬다″고 베테랑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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