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섭·김정주,북경링선‘기권악몽’체전선‘기권길몽’

입력 2008-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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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섭2연속기권승복싱라이트급‘金’
“(백)종섭아, 그간 고생 많았다. 축하한다.” 제89회 전국체전 복싱 결승전을 하루 앞둔 14일 밤. 백종섭(28·충남체육회)의 핸드폰으로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보낸 이는 오랜 친구이자, 결승전 상대인 이현승(서귀포시청).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두 달 전, 베이징올림픽의 악몽. 백종섭은 8강전을 앞두고 불의의 기관지 파열로 기권했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현승은 4강전에서 팔을 다쳐 깁스를 한 상태였다. 기권 때문에 놓쳤던 올림픽메달, 하지만 전국체전에서는 기권 덕에 메달을 땄다. 백종섭은 4강전에 이어 2연속 기권승을 거뒀다. 15일, 전남 완도초등학교 체육관.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선 백종섭은 이내 친구의 어깨를 감쌌다. “겨뤄보지도 못하고 눈물을 삼켜야 하는 패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그래서 전국체전 8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환한 미소를 짓지 않았다. 담당의사가 “과격한 운동을 할 경우 (기관지파열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많은 도움을 준 충남체육회에 꼭 보답을 하고 싶었다. 9일로 군 입대 영장이 나왔지만 전국체전과 결혼식(11월1일)준비 때문에 입대날짜도 미뤘다. 백종섭은 20일 동안 12kg이나 감량하며 전국체전을 기다렸다. 1회전 경기 전 날에 뺀 체중만 3kg. 백종섭은 “멋진 경기로 메달을 따고 싶었는데……”라며 멋쩍어 했다. 베이징올림픽 웰터급 동메달리스트 김정주(원주시청)는 올림픽의 부상투혼을 재현했다. 이번에도 문제는 왼 손등. 김정주는 거의 한손으로만 경기를 한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체전 6연패. 김정주는 “본능적으로 나오는 왼손을 이성으로 막느라 혼났다”며 웃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플라이급 이옥성(보은군청), 밴텀급 한순철(서울시청), 미들급 조덕진(국군체육부대) 등 베이징올림픽대표 5명 전원이 금메달을 따며 태극주먹의 자존심을 지켰다. 완도|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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