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재훈(28)은 이제 더 이상 마무리가 아니다. 플레이오프 들어 중간계투로 보직을 바꿨고, 두산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 6차전을 앞두고 아예 “(정)재훈이가 비록 100세이브를 넘게 올렸지만 내년에는 선발로 돌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올 정규시즌에서 3승3패18세이브(방어율 3.23)를 올렸지만 정재훈은 마무리로서 단조로운 피칭 패턴으로 수차례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 후반기 선발로 전환했고, 3게임에서 1승1패 방어율 1.93의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김 감독이 플레이오프에서 정재훈을 2-3이닝을 던지는 ‘필승’ 계투요원으로 돌린 이유다.
정재훈은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차전 2.2이닝 1안타 무실점, 4차전 3.2이닝 3안타 2실점으로 구원으로만 거듭 승리를 챙겼다. 특히 플레이오프 전체의 분수령이 된 4차전에서는 7-3으로 쫓긴 3회 1사 2·3루서 선발 김선우를 구원해 영양가 만점의 무실점 구원으로 두산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6차전에서도 4-2로 쫓긴 5회 2사 1·3루서 선발 이혜천을 구원해 대타 양준혁을 삼진 처리하며 위기탈출의 일등공신이 되며 자신은 승리투수가 됐다.
정재훈의 3승은 역대 단일 플레이오프 최다승이다. 1987년 해태 김대현을 비롯해 그동안 11명의 투수가 2승을 올렸지만 3승은 전무했다. 이제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의 필승공식으로 위력을 떨칠 일만 남은 정재훈이다.
잠실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