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김종국“난수다쟁이에일반인”

입력 2008-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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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종국의 컴백은 조용했다. 2005년 열린 방송3사 가요시상식에서 대상을 모두 거머쥔 ‘가수왕’치고 너무 소박하다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줬더니 “난 이게 더 어울린다”며 멋쩍게 웃었다. 최정상의 자리에서 모습을 감춘 지 2년 6개월. 공백기 끝에 다시 무대에 오른 김종국은 “역시 노래를 하니까 살 맛 난다”며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이라는 신분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인지 “방송국은 아직까지 어색하다”며 머리를 연신 긁적인다. 1995년 데뷔해 벌써 13년이라는 시간을 ‘연예인’으로 살았지만 언제 봐도 연예인같지 않은 모습에 “연예인이라고 유난 떠는 게 싫다”고 말하는 이 남자. 5집 ‘히어 아이 엠(Here I am)’으로 돌아온, ‘수다쟁이’이자 ‘일반인’ 김종국을 만났다. -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즐겁다. 소속사 식구들과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자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말한다.” - 지난 2년 6개월 동안 변한 건 뭔가. “사람들을 대하는 게 편해졌다. (복무하면서)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다보니까 이제 일반인 같아졌다(웃음). 예전만 해도 사람만 있으면 고개 숙이기 바빴고, 피하기 바빴는데 지금은 먼저 인사하게 됐다.” 김종국은 2006년 3월 충남 논산육군훈련소로 입소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후 서울 용산구청 소속 사회복지요원으로 근무했다. 독거노인들의 도시락을 배달하며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체험하고 왔다. 그는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 연예인으로 오래 살았는데 그런 느낌을 전혀 못 받겠다. 본인 말처럼 일반인 같다. “아하하. 연예인이라고 유난 떠는 걸 싫어한다. 그런 상황이 불편하다. 터보 때는 그렇게 행동했다. 인정. 지금은 나이를 먹기도 했고 ‘나 연예인이야’이라고 고개 들고 다니는 게 그렇게 싫다.” - 일반인(?) 눈에서 조금 더 가깝게 연예인들을 보면 어떤가. “솔직하게? 인기를 얻으면 거들먹거리는 게 보인다. 안 그런 척 해도 사소한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스타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누구한테 대접 받으려는 행동부터 하면 ‘끝’이 금방 나는 것 같다.” -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김종국은 다 잘 됐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안 돼 본 적이 있다. 기복이 있어봐서 아는 거다. 잘 안 됐을 때 느꼈던 마음을 늘 기억하려고 한다. 행동이 한결 같지 않으면 험한 연예계에서 살아갈 수 없다.” - 주변에서 ‘오케이맨’이라고 하던데. “웬만한 건 오케이 해준다(웃음). 연예인이라는 건 많은 사람이 한 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주위를 조금이나마 힘들게 안 하는 게 좋지 않나. 솔직히 한 끗 차이다. 피곤하더라도 조금만 더 열어주면 쉽게 갈 수 있다.” -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나. “항상 운이 좋았다. 안 좋은 일 때문에 고생해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로 마무리된다. 가수로 성공한 것도 운이 많이 따랐다. 끼가 넘쳐서 인기를 얻는 건 사실 아니지 않나(웃음).” - 무슨 소리, 예능프로그램 섭외 0순위다. “난 반드시 웃겨야하는 사람이 아니라 웃기기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겐 ‘노래’라는 기본 바탕이 있으니까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생각한다. 가수로 별 볼 일 없는데 누가 날 찾아주겠나.” - 연예인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정말 아니다(웃음). 낯 많이 가린다.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그랬지만 10년 동안 알아도 여자 가수들하고는 말을 거의 못 놓는다.” - 그래도 웃기는 타이밍을 아는 것 같다. 무심코 툭툭 던지는 말이 빵빵 터진다. “사실 어떤 타이밍에 말해야하는지 몰라서 가만히 있다가 한두 마디 하는 거다. 다행히 웃는다. 그리고 원래 좀 수다스럽다. (유)재석이 형도 종종 그러지 않나. 종국이 진짜 수다스럽다고.” - 김종국이 수다스럽다라…. 믿기지 않는다. “쉴 때 사무실에서 식구들과 수다 떠는 거 정말 좋아한다(웃음). 우리끼리 모여서 웃긴 얘기하는 게 좋다. (박)명수 형 결혼식 때는 식장 위에 방 잡아놓고 무한도전 멤버들하고 (윤)종신이 형하고 4시간 동안 수다 떨었다.” - 헉! 예능 말발(?)은 수다를 통해 얻은 순발력인가. “그나마 그거라도 있어 다행인 거다(웃음). 하지만 보통 (강)호동이 형이나 (유)재석이 형이 나를 잘 갖고 놀아준다. 형들 덕을 많이 본다.” - 가수로서 1등 욕심은 없나. “은근히 기다려지는 가수이고 싶다. 성공을 하거나 인기를 끄는 건 오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 그런 의미에서 공백기 후 5집은 목표 달성 아닌가. “아직 멀었다. 욕심이 많은 건가. 꽤 오래 됐는데도 이승철 선배나 김건모 선배 같은 ‘가수’라는 느낌이 안 든다.” 김종국은 ‘김종국’이란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직 나이가 덜 들었다며, 가수가 더 돼야한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뇌였다. “그래도 목소리는 타고나지 않았냐”며 용기를 북돋워줬더니 “목소리 밖에 내세울 게 없다”며 ‘겸손한 종국 씨’다운 대답을 건넸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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