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우리남편은건강식품마니아

입력 2008-11-0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


남편은 오전 7시 30분부터 밤 12시 30분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가게에서 일을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남편이 힘들게 일하는 것은 저도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안일을 하면서 가게 일을 도와주는 터라, 하루도 쉬지 않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몸에 좋은 거라면 뭐든지 다 챙겨먹으면서 어쩜 제 생각은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아침에 가게에 나가면 새벽에 배달이 된 녹즙을 한 병 마시고 아침 대용으로 청국장 분말을 요구르트에 타서 마십니다. 아침에 누룽지라도 끓여주려고 하면 남편은, 누룽지보다 청국장 분말이 더 속을 든든하게 해주고 소화기관에 좋다고 말합니다. 시간 시간마다 건강원이 직접 과일을 갖다 줘서 만든 각종 즙들을 마십니다. 목에 좋다고 배즙 한 봉지, 피로회복에 좋다고 포도즙 한 봉지. 그리고 거기다 간식 삼아 먹는다며 사과즙 한 봉지, 저녁에는 마시면 몸에 쑤욱 흡수되는 느낌이 최고라며 흑 마늘 한 봉지, 인진쑥 한 봉지를 마셔야 남편의 하루 일과가 끝이 납니다. 거기다 일주일에 한 번은 추어탕, 한 달에 한 번은 홍삼을 꼭 먹어줘야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어디서 듣고 왔는지, 양파즙이 혈액순환과 심혈관질환에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면서 양파즙을 먹어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지금, 당신이 먹는 것만 해도 건강보조식품 과다복용이야. 얼마나 더 먹어야 그만 먹을래? 당신 몸만 생각하지 말고 옆에 있는 마누라도 좀 챙겨줘!”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어디 헛돈 쓰는 거 봤어? 다 집안의 가장이 건강해야 돈 벌어서 가족들 부양하지. 내가 어디 아파봐. 다 고생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미리미리 몸 챙기는 거잖아”하면서 건강원에 전화해서는 양파즙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은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는 사람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니까 얼마나 힘들겠냐고 하면서도 이상하게 얼굴이 갈수록 좋아진다고 신기하다고 하는 겁니다. 사실 제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렇게 자기 몸을 챙기는 사람인데 그렇게 먹고도 몸이 허하면 문제 아니겠어요? 하루가 다르게 불러오는 남편의 배를 보면 저는 건강보조식품 과다복용으로 인한 후유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며칠 전에는 남편이 주문한 양파즙이 도착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석류즙도 한 박스 왔습니다. 알고 보니 저 먹으라고 같이 주문을 했다는데, 그래도 저 챙겨주는 사람은 남편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에 이거라도 없었으면 우리 남편 국물도 없었을 겁니다. 제가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시간이 없어서 운동은 못한다고 합니다. 그 대신 먹는 것이라도 잘 먹어야 한다는 남편, 올해 남편 생일 선물도 고민할 필요 없이 홍삼진액이나 한 상자 선물해줘야겠습니다. 전북 전주 | 이선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