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소주두병에15억원‘꾹’

입력 2008-1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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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전격롯데잔류결정…네차례협상막전막후
FA 최대어 손민한(33)은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인 19일 밤, 극적으로 롯데 잔류를 확정했다. 그는 20일 “롯데에서 계속 뛰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과정은 말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18일 2차협상에 이어 19일 오전 3차협상까지 무위로 끝나자 구단 관계자들은 손민한과의 우선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때문에 19일 밤늦게 발표된 1년 총액 15억원 계약은 ‘반전 드라마’에 가까웠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너무 큰 의견 차에 ‘잠 못 이루는 밤’ 손민한은 18일과 19일, 각기 다른 이유로 술을 마셨다. 19일엔 기분이 좋아서였지만, 18일은 속이 상해서였다. 이날 양 측이 처음으로 원하는 조건을 교환했을 때만 해도 계약은 어려워 보였다. 손민한은 4년 계약에 총액 40억원을 요구했고, 롯데는 1년 총액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내밀었다. 아무리 양 측의 ‘선제 카드’라고는 해도 의견 차가 너무 컸다. 손민한은 이날 밀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은 채 쓰린 속을 달랬다. 구단 쪽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이상구 단장은 “손민한 문제로 고민하느라 잠을 한 숨도 못잤다”면서 “사실 구단에서는 손민한이 일본 진출을 타진해보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우선협상기간을 넘길 것이라고 짐작했다”고 했다. 19일 오전 만남에서도 좀처럼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테이블을 접고 헤어진 이유다. ○고민 끝 전격 재협상…소주 두 병에 ‘술술’ 하지만 오후 들어 협상결렬 소식이 알려지자 벌써 다른 구단이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고심하던 이 단장은 결국 고위층의 인가를 받아 손민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손민한도 흔쾌히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 단장은 “아무래도 손민한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했던 두 번째 안(15억원)을 들고 나갔다”면서 “이번엔 술을 마셨다. 딱 소주 두 병을 마시고 나니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하더라”고 전했다. 손민한 역시 롯데를 떠나서는 힘들겠다는 판단을 했다. 일본 진출을 위해 에이전트를 고용하기도 했던 그는 “현실에 부딪치고 보니 롯데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FA 협상이라는 것도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복잡한 일이더라”면서 “구단에 남는다면 되도록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손민한과 이 단장은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한 속엣말을 털어놨고, 결국 기분 좋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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