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김학범성남감독,‘후회’아닌‘아쉬움’의눈물

입력 2008-11-27 1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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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퇴를 선언한 김학범 성남일화 감독(48)이 ´후회´의 눈물이 아닌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김학범 프로축구 성남일화 감독은 27일 오후 5시30분 성남탄천종합운동장 내 구단 사무국 기자회견장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갖고 감독직을 사퇴했다. 단정한 양복차림으로 등장한 김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쉽게 억누르지 못했고, 물을 연거푸 마시는 등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오늘처럼 떨리는 것은 처음"이라며 입을 열었고, 이어 "불혹의 나이를 함께 했던 성남일화를 떠나고자 한다"며 사퇴를 공식화했다. 그는 "그동안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박규남 사장 이하 직원, 코칭스태프, 선수들, 일당백의 열정을 가진 성남 서포터즈 천마불사와 성남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떠나게 됨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리그 막판 선수단이 무너지면서 빨리 다잡지 못했고, 이 와중에 ´이것이 내 능력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단에 내 뜻을 이야기했고, 모자랐던 공부를 좀 더 하고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을 재충전하고자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사퇴를 마음먹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시즌 내내 리그 1, 2위를 지켰던 성남은 시즌 막판 난조를 겪으면서 순위가 3위까지 떨어졌고, 지난 23일 전북현대와 치른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연장전 끝에 1-2로 패하고 말았다. 공격수 이동국의 영입과정에서 구단과 마찰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감독의 의지가 없으면 영입은 안된다. 이동국 역시 훈련을 게을리 하거나 스타 의식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해 소문을 일축했다 이어 그는 "이동국 본인이 팬들 앞에서 성과를 보이려는 조급증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본인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잘 이끌지 못한 내 죄가 더 크다"고 잘못을 자신에게 돌렸다. 1998년 9월18일에 성남과 인연을 맺은 김 감독은 "1999년 꼴찌를 하고 나서 삼보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서포터즈, 선수, 감독, 단장 모두 눈물을 흘렸을 때, 2001년 차경복 감독 밑에서 첫 우승을 했을 때, 그리고 내가 감독 맡고 나서 2006년 우승했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아쉬웠던 순간으로는 "2004년도 AFC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 당시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에 홈에서 0-5 참패를 당했던 것, 그리고 그 일로 차경복 감독이 사임했던 것, 또 2007년 정규리그 1위에 올랐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포항에 져 우승하지 못했던 부분이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30대에 들어와서 불혹를 넘기며 뒤 안 돌아보고 앞만 보고 달렸다. 어려움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고 혼신의 힘을 바쳤기 때문에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일말의 후회도 없다. 온 열정을 다 바쳤기 때문"이라며 당당하게 말했다. 성남 구단의 개선점을 묻자 그는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곧 명문 구단이 되지 않겠나"라며 "용인에 훈련장이 있었던 시절에는 아무 걱정 없이 훈련했다. 지금도 구단이 여러 모로 준비를 하지만 여건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오늘 이후로 성남을 깨끗이 떠난다. 공부할 여건을 만들어 준 데 대해 감사히 생각한다"고 말해 다시 축구 공부에 매진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그는 "1999년도부터 매 시즌을 마친 후 유럽축구를 배우러 다닌 것이 어느 새 10년 가까이 됐다. 하지만 감독이 되니 시간이 없더라. 이제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전 세계를 다 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기회가 되면 국내 구단도 돌아보고 싶다. 꼭 해보고 싶었고 이번 기회에 꼭 경험하고 싶다. 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부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할 것"이라며 미래를 기약했다. 한편, 1월초부터 동계훈련을 실시하는 성남 구단은 후임 감독 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코치(39)가 유력시되고 있다. 【성남=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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