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기자의설원에서띄운편지]冬트는겨울스키에첫키스

입력 2008-12-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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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강원도 정선군 해발 1345m 고지에 자리 잡은 하이원스키장 마운틴탑. 아침부터 드리운 짙은 안개로 곤돌라를 타고 정상으로 이동하는 동안 조바심이 났다. ‘이런 안개 속에서 과연 스키를 탈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평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슬로프 정상에는 설원을 질주하려는 스키어와 스노보더들로 넘쳐났다.이들에게 이까짓 안개는 어떤 장애도 되지 않았다.′ ○‘달콤한 고통’을 즐기다 고글을 내리고 제우스II(초급자) 슬로프 아래로 천천히 라이딩을 시작했다. 초반 코스는 폭이 20여 m로 좁아 짧고, 빠르게 S자를 그렸다. 초보자들이 곳곳에 앉아 있어 자칫하면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이 좀 넓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찰나 초급자들은 뒤로 사라지고 몸을 풀기 위해 이 코스를 택한 중·상급자들의 멋진 턴이 아름다운 눈보라를 만든다. 중간 지점부터는 폭이 넓어지면서 라이딩에도 여유가 생긴다. 때로는 크게, 때로는 작게 리드미컬한 S자를 그리며 내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나와야 할 베이스가 안 보인다. 점점 다리가 풀린다. ‘한참 내려온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가 끝인 거야. 그러게 스키 시즌 전에 운동 좀 할걸. 에라 모르겠다’ 슬로프 맨 가장자리로 옮겨 주저앉았다. 물론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몸은 정상 쪽을 향했다.(스키장 추돌사고는 자동차 사고와 달리 추돌사고도 쌍방과실로 처리된다.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만약 당해도 과실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쉬는 동안 슬로프 정상 쪽을 향해 앉는 게 중요하다) 코스가 길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두 번을 쉬어 밸리 허브에 도착하니 길이가 무려 2.2km에 달한단다. 타 스키장 초급자 코스가 대게 300∼700m인 점을 감안하면 ‘살인적’인 길이다. 아직 베이스인 밸리 스키하우스까지 오픈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만약 아래까지 내려간다면 총 길이가 거의 4.2km에 이른다니 제대로 운동할 수 있을 듯 하다. 밸리 허브에서 만난 스키어들의 상당수는 엄청난 슬로프 길이에 혀를 내둘렀다. 대부분이 초급자거나 이제 막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한 사람들은 “내려오는 데 죽는 줄 알았다. 다리가 다 풀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통은 순간뿐이다. 더 이상 스키를 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은 친구들과 잠시 수다를 떨고, 혹은 담배를 한 대 피우더니 서둘러 정상으로 향하는 리프트 줄에 가세했다. 이들에게 긴 코스는 ‘달콤한 고통’인 듯 했다. ○초급자와 가족을 위한 스키장 제우스는 평균 경사가 10도 미만에 최대 경사가 14도를 넘지 않아 초보자가 쉽고 편하게 탈 수 있다. 중급자용 슬로프인 헤라도 평균 경사 15도 전후에 최대 경사 25도 내외라 재미를 느끼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밤새 내린 눈이 ‘뽀드득’ 소리 나는 최상급 설질까지 만들어 올 시즌 처음 이곳에 발을 댄 경험은 근사했다. 현재 하이원스키장은 18면 중 제우스I과 II, 아테나I(초급), 헤라I과 아테나II(중급), 아폴로I(상급) 등 6면을 오픈, 운영 중이다. 초보 스키어도 배낭에 초콜릿을 담아 정상에서 내려올 수 있는 긴 슬로프가 무엇보다 매력이다. 리프트 타려고 서는 줄이 귀찮은 게 사실이기 때문. 마운틴탑, 밸리탑(1376m), 마운틴허브(1250m) 등 정상이 세 개라 원하는 곳에서 각각 다른 풍광을 감상하며 내려올 수 있는 점도 좋다. 뛰어난 시설과 설질로 스키어들의 새로운 허브로 떠오른 하이원스키장은 올 시즌에는 밸리 베이스부터 아폴로 승차장까지 운행하는 신규 6인승 리프트를 설치해 혼잡을 해소하고, 마운틴 허브에서 출발하는 아테나II 슬로프의 상단부 경사를 완화해 초급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마운틴 콘도 잔디광장에 눈썰매장을 추가로 설치한 점도 가족 이용객을 위한 배려다. ◎찾아가는 방법: 영동고속도로 이용해 만종분기점(제천 방면)-제천 톨게이트-국도 38호선-영월-사북-고한, 문의 1588-7789 정선(강원) | 글·사진=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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