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낙하산거수기는아니겠지요?

입력 2008-12-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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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신(信)을 해체하면 ‘사람의 말’이잖아요. 하지만 이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사람이나 말이 아니라 정황 같아요. 슬프게도 정황이 더 진실을 담고 있나 봐요. #신상우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16일 중도사퇴를 표명하자 각 구단 사장님들이 모여서 새 야구 지도자를 뽑았어요. 비공식 모임이었지만 유영구 이사장 추대라고 흘렸어요. 무슨 뜻이게요? ‘이번만큼은 야구계가 총재를 뽑는다’는 ‘신상우 총재 학습효과’였죠. 권력이 미는 사람을 사전차단하고, 18일 전광석화처럼 이사회를 열어 개입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었죠. #그러나 18일 이사회는 23일로 돌연 연기됐어요. 권력의 반격이 시작된 셈이죠. ‘언제부터 KBO가 지들 맘대로 처리했냐’ 이거죠. 권력이 모그룹에 압력 넣으면 깜도 안 되는 사장단이 무슨 악당모의를 하냐는 시각이 깔려있겠죠. 하일성 총장의 모친상을 핑계로 권력은 5일의 시간을 벌었어요. #결국 유영구 씨는 이사회까지 하루를 못 버티고 22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어요. 이상하죠. 사장님들 같은 눈치 9단이 추대하기 전에 의중도 타진 안 했을까요? 또 유 씨는 사전교섭 단계나 바깥에 흘러나갔을 때 바로 거부하지 않았잖아요. 맡겠다는 간접 시인이나 다름없었죠. 이런 분이 왜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못 하겠다고 했을까요. 또 만장일치 추대까지 했던 사장님들은 삼고초려 하겠다는 말은 왜 없죠? #사장님들, KBO가 공기업은 아니잖아요. 이러니까 권력이 대대로 해준 거 없이 KBO를 띄엄띄엄 봤겠죠. 오늘 이사회가 열려요. 사장님들이 고르는 거예요. 이번 건은 청사진이 아니라 절차가 중요해요. 거수기 노릇할 거 아니잖아요? 차라리 그러려면 권리 넘기세요. 문화부보고 뽑으라고. 똑똑히 아셔야 돼요. 이번에도 낙하산 내려오면 한국야구는 영원히 정권의 식민지 되는 거예요. 미국에서 조지 부시 허락 맞고 커미셔너 뽑나요? ‘왜 우리가 200억 내고 하는데 협회장 하나 맘대로 못 뽑냐’고 하세요. 지금 한국야구는 역사적 기로에 처했어요. 한국야구를 지켜주세요. 사장님들이 마지노선이에요.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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