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김형태인터뷰

입력 2009-01-05 06:43:19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6년 하나투어몽베르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후 해마다 1승씩을 추가하며 KPGA 상금랭킹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김형태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2009시즌 일본프로골프투어 풀 시드권을 획득했지만, 그의 목표는 해외 진출이 아니다. 국내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프로골프투어 풀시드를 획득했다. 일본으로 진출할 계획인가? “일본 투어 Q스쿨이 12월 8일 끝났다. 5등으로 풀시드를 획득했고, 큰 시합은 모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일본 투어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굳이 일본프로무대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견문을 넓히기 위해 출전했던 것이다. 국내 대회에만 출전한다고 해서 새로운 도전을 게을리 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일본에서 경기하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그것을 국내 무대에서 사용하면 내 레벨도 올라가고 함께 플레이하는 후배들의 기술도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해외 진출이 목표인 이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도 들릴 수도 있겠다. “미국도 그렇겠지만 일본 무대도 결코 만만한 무대는 아니다. 사실 조금 성적이 난다고 하면 대부분 해외로 진출하려고 하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프로골퍼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국내 무대에서 정착하고 충분히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하려면 아직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톱 랭커들이 국내 시합에 더 많이 출전해야 한다. 그래야 갤러리나 스폰서도 늘어나고 골프 저변이 더 확대될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투어 환경을 비교한다면. “일본의 골프투어 역사는 100년이고 우리나라 투어가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SBS골프투어가 생긴 4년 남짓이다. 국내 투어가 아직 멀었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의 발전 속도로 보자면 비약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회를 여는 코스에서 선수들을 조금 더 배려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최소한 프로들이 주차를 하지 못해 1~2km 밖에서부터 클럽하우스까지 백을 메고 걸어서 올라오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국내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상금왕이다. 어려운 목표일수도 있지만 나는 항상 목표를 가지고 투어 생활을 한다. 한 번 상금왕을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금왕 3연패가 목표다. 해외무대 도전은 그것을 이루고 난 뒤에 고려해볼 것이다.” -2006년 첫 우승 이후 꾸준히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하나투어몽베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직후 결혼을 하면서부터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내가 늘 든든하게 서포트 해주는 것도 큰 힘이다. 또 한 가지는 쉬는 법을 안다는 것이다. 박세리 선수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 ‘나는 쉬는 법을 몰랐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휴식은 중요하다. ” -프로골퍼가 골프를 완전히 떠나 쉰다는 것이 쉽지 않을 듯한데. “나는 작년에도 국내에서 체력훈련만 했을 뿐 겨울 전지훈련을 가지 않았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 대신 아내와 여행도 하고 스키장도 다니고 수영장도 다니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1년 동안 고생한 내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는 생각으로 충분한 여가를 즐긴다. 이는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게 쉬고 나면 감각이 떨어지지는 않나? “내가 전지훈련을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안 후배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전지훈련을 갈 상황이 못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감각은 금방 돌아온다. 물론 휴식을 취하라는 말이 술 먹고 놀러 다니라는 말은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골프를 잠시 떠나있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1년 내내 신경 쓰며 투어 생활을 하는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쉴 줄 모르면, 2~3년이야 괜찮겠지만 10년 이상 지난 후에는 스스로에게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러면 걷잡을 수 없는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또 나는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새로운 목표로 스스로를 무장한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시즌 3승을 하겠다거나 상금왕을 하겠다는 목표는 사실 4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과연 내가 프로무대에서 우승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아내를 만나면서 나 역시 변화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게 되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게 되었다. 어쩌면 첫 우승도 그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우승 직후 대회장에서 프러포즈를 했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항상 지갑에 목표를 써놓은 쪽지를 지니고 다닌다. 설령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내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아내를 통해 배운 긍정적인 삶이 내 골프 인생의 힘이다.” -코스에서 항상 밝은 표정이다. 심지어 트리플 보기를 해도 그렇다. “솔모로오픈에서 최종라운드를 맞이해 아침에 티 박스에 올라서는데 기분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지면서 ‘내가 여기까지 오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나’ 하는 생각을 하자 엔돌핀이 솟는 기분이었다. 우승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랐지만 나는 그 자체로 기쁨을 느꼈다. 내 스스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웃으며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여유, 결국 그런 마음이 우승을 가져다준 것 같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