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캐디를 봐주시던 이제 아버지(서용환 씨)가 백을 내려놓으셨다. 혼자서도 자신 있었나?
“2008년 6개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세 번은 아버지가 캐디였고, 세 번은 하우스캐디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캐디를 해주셨기 때문에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큰 선수가 되려면 난 이쯤에서 물러나고 너 혼자 해야 한다’고 하셨다. 처음엔 어색하고, 중요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물쭈물하고 자신감이 없으면 반드시 미스 샷을 하게 된다. 어떤 결과가 오든 그것을 받아들이고 더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빈자리도 많이 채워졌다. ”
-프로데뷔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특별한 기복이나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데뷔 후 프로무대 적응이 조금 힘들었을 뿐이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단지 대회에 입상해서 포인트를 쌓으려고만 했던 것 같다. 프로에 와서는 우승이 아니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욕심이 커졌고, 욕심 때문인지 자주 컷오프 됐다. 그런 것들이 힘들었다.”
-코스에서 늘 신중한 모습이지만 최근에는 환하게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너무 웃음이 없다고, 주변에서 의식적으로 웃으라고들 한다. 어머니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항상 곁에 와서 좀 더 웃으면서 플레이하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좀 더 웃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성적도 더 나아졌다.”
-2008년 자신의 수많은 샷 중에 베스트 샷을 꼽으라면?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즈 마지막 날 15번홀 3번째 샷이다. 바람이 불어 한 클럽 길게 잡고 펀치 샷을 했는데 핀 15cm에 붙였다. 그런 샷을 하고 나면 페어웨이를 걸어가면서 가슴이 쫙 펴진다. 그 홀 이후 4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
-아마추어들에게 골프에 관한 조언을 한마디 해달라.
“프로암에서 만나보면 많은 골퍼들이 과한 욕심을 부리는 듯하다. 골프는 노력한 만큼 보답해주는데 노력 없이 결과에만 연연하는 것 같다. 그냥 골프를 즐겼으면 한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2008년 경기를 하면서 체력이 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시즌을 마친 뒤 일주일에 6일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심리적으로도 강해져야 한다. 좀 더 배짱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미래를 대비해 영어준비도 필요하다.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으니 힘든 부분도 있다.”
-골프를 잊고 지내는 시간도 필요할 듯한데.
“여가 시간이 생겨도 나가서 노는 것보다는 집에서 자는 것이 더 좋다. 놀아본 사람이 논다고 운동만하다보니 노는 방법을 모른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영화보고 쇼핑하는 정도다. 가끔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즐기는 편이 아니라 술자리도 별 재미가 없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운동을 하지 않고 다 풀릴 때까지 그냥 쉰다.”
-스물 셋이고 172cm의 늘씬한 키에 골프계의 ‘얼짱’이라 불릴만한 미모를 지녔다. 남자친구는 없나?
“투어생활을 하다보면 남자친구를 만날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인연이 되면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연애에 대해 부모님이 간섭하는 편은 아니다. 내 할 일만 잘하면 오히려 좋아하실 것이다.”
-2009년에 대한 부담이 있을 듯하다.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상금왕과 대상을 꼭 타고 싶다. 길게 봐서는 세계무대로 가는 것이 꿈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한국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를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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